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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대전]한양화격단 - 한양의 꽃 -

"오오가미씨, 요네다씨에게서 서류가 왔어요"

"서류?"

제극의 스타 신구지 사쿠라가 건넨 서류를 받은 제극의 오너 오오가미 이치로는 서류를 이래저래 살피며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요네다씨가 보낸 것은 다름아닌 제국화격단과 이번에 이웃국가인 대한제국에서 신설되는 한양화격단과의 연계에 대한 서류였다.

"한양화격단인가..."

오오가미 이치로는 뭔가 그리운 표정을 지으며 창밖을 보았다. 태정 1923년, 대제국극장 그가 처음 발령받았을때의 봄. 처음 제국화격단과 괴증기, 그리고 광무와 화조의 소녀들을 알게되고 여러가지 위기를 넘기며 탄탄한 인연으로 이 제도를 지켜왔었다.

"감회가 새롭네. 처음만해도 화격단 계획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으니까. 덕분에 신경쓸것도 엄청 많지만."

"제국화격단, 파리화격단, 뉴욕화격단, 베를린 화격단에 이은 다섯번쨰 화격단. 일단 계획은 실행중이지만 솔직히 많이 불안하네요. 대한제국은여러가지 의미로 딱딱한 나라니까요."

세계화의 바람에 의해 개화되어가고 있다지만 옛날부터 유지되어온 유교를 기반으로한 질서탓에 아직 많이 딱딱한 곳이었다. 개화전 일본 만큼이나.

"뭐 어쨌건 화격단은 생겼고 관련 계획도 착착 진행중이니 일단은 곧장 저쪽과 연결해봐야... 응?"

사쿠라와 함께 관련계획을 정리하던 오오가미는 문득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막대한 영력에 고개를 돌렸다.

사쿠라도 그 영력을 느꼈는지 놀란 표정으로 오오가미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같은시각 뉴욕

"건강히 잘 지내 미호씨"

"한양에 있을 새로운 동료들과도 잘 지내길 빌게"

"그러고보면 아직 얼굴도 못봤었지?"

"전 배속되지 마자 이쪽으로 연수 왔으니까요"

한양화격단에 화조에 가장 처음 배속된 대원 소미호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본래는 자기 다음으로 배속되는 대원들의 얼굴이라도 보고 뉴욕으로 오려고 했었으나 자신을 뒤쫓던 언니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로 뉴욕으로 왔었다. 결국 언니와의 분쟁으로 수개월의 시간이 지나 앞으로 한달 뒤에야 자신이 함께 싸워나갈 동료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나저나 써니 녀석은 안온거야?"

"써니씨라면 분명히..."

-바이 바이 미호양!

사지타의 의문에 답하려던 플럼은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거기엔 성조기를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의 모습이 보였다.

"미국의 최종병기를 그딴데 쓰지 말라고!!"

"그보다 나중에 써니씨 징계받지 않을까요..."

"요즘은 아예 체스라던가 게임으로 사용권을 받아내는것 같더라..."

과연 저게 진짜 미국의 최종병기일까 의심스러운 취급이었다... 분명 처음만해도 무척 조심스럽게 탈취했던것으로 기억하지만.

"응?"

"어라?"

"이 느낌은?"

미호를 마중하러 나온 뉴욕 성조 대원들과 미호는 갑작스럽게 느껴진 막대한 영력에 고개를 돌려 바다 건너를 바라보았다. 태양신 투탕카멘을 상대했을때 느낀 무지막지한 영력... 그것이 지금 바다 건너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이 방향은 분명히..."

"대한제국..."

대한제국행이 급 불안해진 미호였다.



"자, 이걸로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 내 승리군"

"잠깐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납득이 가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 승부는 승부라고"

로벨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그리신느 앞에 쌓여있는 칩을 모조리 가져왔다. 에펠탑 사건이후 벌써 3년, 베를린 화격단이 겪은 게슈타포 사변을 함께 처리한게 벌써 1년이 흐른 한가한 날이었다.

"이걸로 내 승리인가?"

"이잇 한판 더다!"

"좋아좋아, 몇번이고 승부해주지"

"그리신느양 승부는 이제 그만하는게..."

"그래 그게좋아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승부니까"

코쿠리코의 말에 그리신느는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리신느씨 눈치채지 못했어? 로벨리아씨 아까부터 우리가 늘상쓰던 카드랑 다른카드를 쓰고 있었다고"

"설마..."

"뭔가 조작해둔 카드거나 사기카드겠지?"

"로... 벨.... 리... 아!"

"이런!"

어느샌가 꺼내든 할버드를 보며 로벨리아는 재빨리 테이블에서 몸을 날렸다.

파각-

나무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두동강이 난 테이블, 그리신느는 바닥에 박힌 할버드를 뽑아 등에 지며 그대로 로벨리아를 향해 달려갔다.

"거기서라!"

"좋아 한판 해보자고"

로벨리아는 팔에 휘감겨있는 쇠사슬을 휘둘러 그리신느의 할버드를 구속했다. 그렇게 두사람이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하자 코쿠리코와 키타오지 하나비는 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에리카씨는 어디에 갔나요?"

"교회에 갔어. 오늘도 사람들 도우러"

"열심이네요"

"에리카만큼 착한 사람은 잘 없을거야."

"그 덜렁거리는 성격만 아니면 수녀가 천직이었을 텐데 말이죠"

"그건 그래"

그렇게 에리카에 대해 말하고 있던 둘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영력에 고개를 돌렸다. 싸우고 있던 두사람도 갑작스럽게 느껴진 막대한 영력에 자신들도 모르게 온몸을 긴장시키며 고개를 돌렸다.

"뭐... 뭐지?"

"이 엄청난 영력은?"

"터무니 없군"

"..."

모두가 느끼는 영력속에서 단 한명, 로벨리아만이 뭔가 다른 것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이질적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옴마니 반메홈"

황금빛으로 빛나는 가사를 걸치고 금빛 안대를 한 중은 황금빛 지팡이를 땅에 강하게 찍으며 불호를 외쳤다. 그리고 그 순간 각기 4방향에서 술진이 생겨나며 4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쪽에는 섭선을 든 문사풍을 한 미형의 사내가, 북쪽에는 가죽옷을 걸치고 날카로은 이빨과 손톱을 드러내며 흉흉함을 드러내는 거한이, 남쪽에는 째진눈에 척 보기에도 서역인임을 드러내는 금발을 지닌 사내가, 서쪽에는 허름한 기사갑주를 걸친 검은 머리의 기사가 녹슨 검을 허리에 맨체 서 있었다.

중앙에 서 있던 황금빛 가사를 걸친 승려는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낸 네명의 남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구나 사천왕들이여"

"오랜만이네 땡중, 드디어 시작인거야?"

"전우치, 주군께 무슨 말버릇이냐."

전우치라 불린 젊은 문사의 말에 허름한 갑주를 걸치고 있던 기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전우치를 향해 위협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전우치는 개의치 않고 손에 들고있던 섭선을 펼치며 말했다.

"상관없지 않아? 엄연히 말하자면 우리들 계약직이고"

"전우치!"

기사는 당장에라도 칼을 뽑을 듯 화를 냈으나 도리어 금빛 가사를 걸친 승려가 만류하며 말했다.

"그만 둬라, 사실 말이 뭐가 중요하겠느냐.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목적에 충실하면 되느니라."

"역시 땡중, 내가 그래서 떙중을 마음에 들어한다니까"

조소하는것일까 마음에 들어한 것일까?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는 전우치를 보며 탐탁치 않아 하는 기사였으나 주군이라 할 수 있는 승려의 만류에 어쩔 수 없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킁킁, 왜 지금까지 기다려야만 했던거지? 그냥 날려버리면 되는거 아닌가?"

"우리의 목적은 거짓되고 불평등한 세계대신 중생들이 마음편히 살 수 있는 진정한 불국토를 이 세계에 건설하는 것이다. 파괴만으로는 안돼"

"하지만 파괴없이 뭔가가 만들어지는것도 없죠"

"그러나 중생들을 위해선 너무 큰 파괴는 금물이니라."

"마땅한 방법이 있습니까?"

남쪽 방향에 서 있던 금발 남성의 질문에 궁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있느니라. 세상에는 수많은 건국 신화가 있지 하지만 시조 자체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경우는 잘 없느니라. 그리고 이 나라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제의 아들이 건국한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지"

"그렇게 듣긴 들었습니다만..."

"그런만큼 이 국가에는 아주 특별한 신기가 있지. 천상의 힘을 간직한 천부인이라는 세가지 신기가, 그리고 하늘과 소통하는 제단이 있다. 그것을 사용한다면 불국토를 만드는게 한층 쉬워지겠지"

"그렇다면..."

"우선은 삼부인과 첨성단을 찾는다. 그것이 최 우선 목표인 것이다."

황금빛 가사를 걸친 승려의 말에 동서남북 네 방위에 서 있던 남자들은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사천왕이 모습을 감추자 승려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불호를 외며 참선에 들어갔다.

이 승려의 이름은 궁예, 1000년전 후 고구려를 세워 미륵을 자칭하던 남자였다.



수주후 한양

개화기가 되었다고는 하나 5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조선... 아니 대한 제국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았다. 아무리 문호가 열린다고 해도 사람의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한 나라라는 것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에 고종 황제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그리고 지금의 가치관에 바람구멍을 내기위해 태화문화원이라는 서양문물 위주의 오락시설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 태화문화원의 한 구석에서 요란한 외침이 울려퍼졌다.

"내가 왜 잔다르크 역을 맡아야 하는거지?"

찬란한 금발을 지닌 소녀는 자신이 맡은 역을 보며 난감함이전에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이번에 태화문화원에서 상영하게 될 공연은 구국의 성녀 잔다르크. 나라를 위해 남장을 하고 전장에 나선 여인의 이야기인 만큼 이쪽에서도 비교적 받아들이기 쉬운 이야기기에 이번 연극제에서 상영계획중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프랑스의 성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 당시 전쟁 상대였던 영국의 입장으로선 갈아버려도 시원치 않을 마녀였다. 그것도 그 역을 맡아야하는 사람이 영국인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었다.

"고집좀 그만 부려 어린애도 아니고"

"이것은 국가와 왕실의 자존심을 건 중대사라고!"

확실히 영국의 기사. 그것도 영국 왕실 관계자라면 이 잔다르크역은 국가와 왕실의 자존심을 건 중대사가 맞았다. 하지만...

"여기는 조선이야. 그리고 너는 한양화격단의 멤버고"

"하지만 쟌다르크 만큼은..."

"생각해봐, 만약 네가 프랑스 사람보다도 완벽하게 쟌다르크를 연기하면 프랑스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 수 있지 않겠어? 게다가 네가 그걸 연기한다는 것은 영국왕실의 관대함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음..."

"아, 그리고 이번건 받아들이면 최근 생긴 레스토랑의 초대권을..."

"받아들이지!"

눈을 반짝이며 어느새 초대권을 강탈한 소녀를 보며 청년은 쓴 웃음을 흘렸다. 그런 청년의 웃음을 본건지 소녀는 화를 내며 청년을 향해 외쳤다.

"잠깐! 그 웃음의 의미는 뭐야!"

"아무것도..."

"얌마!"

왕실출신치고는 걸걸한 소녀의 외침에 청년은 재빨리 방에서 도망쳐나왔다. 어째어째 쟌다르크역을 소녀에게 넘긴 청년은 한숨을 내쉬며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가씨가 결국 받아들이셨나보군요"

"플로라 부사..."

"메이드장 입니다. 이한씨"

화사한 미소를 짓는 메이드장을 보며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저렇게 온화한 미소를 짓고있는 메이드장이지만 실제로는 현직 한양화격단 부사령관의 직책을 가지고 있는 여성. 얕볼래야 얕볼 수도 없는 상대였다.

"어떻게든요. 영국왕실의 관대함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라고 말하니..."

"거기에 흔들리고 또 먹을것에 넘어갔겠군요."

역시 속일래야 속일 수 없는 사람이다.

"뭐... 그건 일단 사례로..."

"이번에는 넘어가도록 하죠. 쟌다르크 공연은 중요하니."

"그러고보면 플로라씨는 쟌다르크를 안 싫어하십니까?"

"영국인으로선 싫어합니다만. 여성으로선 존경합니다.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세간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주저없이 나선 여성이니까요"

플로라는 그렇게 말한후 메이드 교육과 무대 준비를 위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도 쟌다르크 연극 후 세리아가 무척이나 위험할듯하지만 신경끄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한달 뒤에나 있을 이야기니...

"밖에서 총을 손질하는건 어떤가 싶은데... 하연씨"

플로라를 보내고 다른곳으로 향하던 이한은 창가에 걸터앉아 플로라를 통해 공수받은 최신형 라이플 리-엔필드mk-3를 손질하고 있는 소녀를 향해 투덜거리며 말했다.

분명 대한제국사람임을 증명하는 복색에 짙은 검은 머리를 지닌 소녀였지만 눈동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푸르고 뭔가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소녀는 이한의 말에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상관없어, 연극 소품이라하면 대부분 넘어가니까"

"너 정말..."

"언니~"

"큭!"

복도 너머에서 들려오는 언니라는 소리에 재빨리 총과 손질 도구를 챙기며 도망치는 소녀, 그런 소녀를 보며 이한은 복도 끝에서 부터 달려오고 있는 소녀를 멈추게 하며 물었다.

"무슨일이야 하멜양"

"언니에게 입힐 드레스가 완성되서... 언니!!"

양손에 두개의 드레스를 든채 재빨리 아까 도망간 소녀를 쫓아가는 갈색머리의 주근깨를 지닌 소녀. 친척이자 친척이 아니고 가족이자 가족이 아닌 자매. 몇문장으로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사연을 지닌 두사람이었다.

"대장씨~"

"우왓!"

갑작스럽게 귓가에 직접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이한, 놀란 이한은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귓가에 속삭인 메이드를 향해 외쳤다.

"노... 놀랐잖습니까 아영씨"

"우후훗, 간만에 장난좀 쳐봤어요."

산속에서 살다가 도회지로 내려와 세상물정 모르던 신아영. 지금에 이르러선 이한을 놀릴 정도로 많이 적응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격단 멤버도, 보조멤버도 아닌 그녀가 대장씨라고 부르는게 이상하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도 대장씨라고 해대니 그냥 그렇게 부르는갑다라고 생각하는 이한이었다.

"대장씨, 이리스씨가 찾던데요?"

"이리스가? 무슨 일이래."

"그것까진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전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아영을 보며 문득 아영이 한양에 오기 전에 어떠한 일을 했을지 궁금해지는 이한이었다.



"대장, 왔어?"

"무슨 일로 찾은거야?"

기름때가 가득한 복장으로 이한을 맞이하는 이리스는 얼굴의 기름때를 수건으로 닦으며 벽에 있는 레버 중 하나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열리는 벽면의 하강기. 저걸 열었다는 것은 비밀기지쪽 일이란 말이었다. 이리스와 함께 하강기를 올라타자 이리스는 팔을 걷어 붙이며 용건을 말했다.

"대장, 성무랑 강무 말인데 영력기관 출력을 좀더 올리려고 하니 잘 안되서 말이야."

"지난번엔 순조롭다고 말하지 않았어?"

"영력 기관 자체를 개량하는데는 성공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개개인의 영력에 맞추려고 하니 잘 안되더라고. 강무쪽은 온전히 내가 만든 녀석이라 어떻게든 개량이 가능했지만 성무쪽은 아직..."

"그래?"

이리스의 말에 이한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적이 본격적으로 나서고있는 지금 기체의 강화는 필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기체의 출력 강화가 지지부진해선...

"곤란한걸..."

"일단 도와주지 않겠어? 데이터상으론 잘 안맞더라도 실제로 해보면 어떻게든 될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 그럼 얼마든지 도와야지"

자신의 성무를 찾아 올라탄 이한은 힘을 개방하며 성무를 기동시켰다. 이한이 성무를 기동시키자 이리스는 증기연산기에 표시되는 여러가지 수치를 보며 세밀하게 조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뉴욕화격단에서 제공받은 스타를 독자적으로 개량한 성무(星武), 그리고 이리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강무(鋼武). 이 두종류의 영자갑주로 싸우고 있는 한양화격단이었지만 영자갑주의 종류가 두종류, 그것도 완전 상이한 설계사상을 지닌 지라 손을 보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가끔은 나도 헷갈린다니까."

"조정은 어때?"

"데이터만으로 할때보단 잘되고 있어."

정신없이 손을 놀리는 이리스, 마치 연주와도 같은 손놀림으로 전산기를 두들기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피아노 연주자같았다. 한 십분가량 연주자를 연상시키는 행위를 한 이리스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정도 데이터면 충분히 개개인의 영력에 맞춰 성무를 개량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움 고마워"

"뭐 이것도 대장의 일이다.라는거겠지"

"대장, 그럼 돕는김에 다른 기체 개량도 좀 도와주겠어?"

"그러지"

한양화격단의 대장으로서 전력의 강화는 중요했기에 이한은 이리스의 요청에 응했다.



"세리아, 좀더 크게"

"큭... 받아들이겠다고는 했지만 역시 괴롭군."

쟌다르크 연극 준비를 하던 세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얼떨결에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역시 영국인으로서 영국 최대의 적이자 프랑스에서 성녀로 불리는 쟌다르크를 연기하기에는 여러가지로 괴로웠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만세를 외쳐야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굴욕이다. 이건 큰 굴욕이야..."

"자자, 그쯤 자괴하고. 어차피 지금 와선 바꿀 수도 없으니까. 이리스 저쪽 무대 좀 손봐줄 수 있겠어? 역은 괜찮은것 같으니까."

"알았어."

"그다음은..."

삐익- 삐익-

갑작스럽게 울려퍼지는 요란한 소리 그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화격단 멤버 모두는 연습을 멈추고 무대 뒤편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숨겨진 비밀 통로를 통해 지하기지 출입구쪽으로 들어온 화격단의 멤버들은 각자 자신의 얼굴이 찍힌 사진 뒤에 있는 문을 통해서 내려 갔다.

내려가는 도중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대원들은 빠져나오기 무섭게 사령관에게 경례를 했다.

이 태화문화원의 총지배인이자 전 대한제국 육군 중장 이문은 대원들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지금 강화도부근에 수상한 선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배는 강력한 요기를 두른채 강화도 산성을 초토화시키고 한강을 타고 한양을 향해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요기를 두른 선박?"

"서양식 범선이다. 지금 시대에는 잘 안쓰이는 말이지..."

"잠깐 강화도에 있는 대포는 우리 독일에서 제공한 88mm자주포였던게? 지금은 완전구형인 물건이지만 그 포라면 범선같은건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잖아"

이리스의 말에 이문은 강화도 기지쪽에서 보낸 사진을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강화도 산성에 있던 88mm자주포는 쏴보기도 전에 적이 초장거리에서 쏜 포우에 산성 자체가 괴멸했다. 추정 사거리는 약 5km.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함포의 최대사거리인 3km의 약 1.7배 가량의 사거리란 거다,"

"

"게다가 그 연사력을 생각하면..."

"그배 하나로 탄막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해야겠지"

물론 실제 대공포 탄막에 비하면 밀도가 현저히 낮겠지만 한발 한발이 산성을 부술 정도의 위력. 성무라면 2발, 강무라도 4~5발이면 충분히 위험할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비행중인 성무라면 한발만으로도 끝장날정도의 위력은 충분히 갖췄다고 봐야했다.

"저런 탄막을 뚫고 공격하자면... 방법은 두가지인가?"

"세리아와 하연이 최대의 공격력으로 단번에 박살내거나. 아니면 강무로 견제하면서 성무로 파고들어 대포를 파괴한 후 배를 파괴한다. 이 둘중 하나가 되겠지"

이한의 말에 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둘째치더라도 세리아는 명백히 사거리 부족이야. 세리아의 최대 사거리는 아무리 잡아도 1~2km. 준비시간을 생각하면 포우에 당할 가능성이 높아"

"그럼 역시 두번째 안인가..."

"보통이라면 매복으로 대응하는게 정석이지만서도. 상대의 탐지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이상 매복은 위험하다. 그런고로 무장비행선 질풍노도와 폭주열차 굉천호로 5km아슬아슬 한 범위까지 접근, 지상과 공중의 동시대응으로 간다!"

"""옙!""""

"한양 화격단 출격!!"

총사령관 이문의 외침과함께 한양화격단 멤버들이 앉고 있던 의자는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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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설정 정리중 한양화격단이라 해서 정리해둔게 있기에 간만에 팬심을 발동해서 떡밥형 단편으로 써봤습니다.

러일 전쟁도, 개화도 이런저런 사건들을 무사히 넘긴 대한제국이지만...

역시 군비확충은 잘 안되는 탓에 현재 국내 무장수준은 세계1차대전 당시랑 비슷한... 그보다 약간 나은 수준.

그런 상황에서 다른 작품이라면 보스로도 나와도 될 사람들의 러시를받아야하는 대한제국.

과연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원하시면 설정등도 나중에 정리해 공개하겠습니다.

일단 상대해야되는 이들 면면만


미륵 궁예
본디 후고구려를 세워 이상의 세계를 만드려 했으나 말년에 생긴 광증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의제 왕건에게 처단당한 인물, 실은 말년에 얻은 신통력에 의해 자신의 이상이 현재로선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의제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손을 더럽혔다.
결국 왕건에 의해 처단당하고 그 이후 천년에 세월을거쳐 부활한 궁예는 오랜 세월동안 사념을 보내 모은 사천왕과 함께 새로운 이상향을 만들기 위해 다시한번 강림했다.
목적은 개천당시 사용된 천부인과 첨성단을 찾아내 제2의 개천을 이룩해 미륵세계로 인도하는 것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 희망봉의 수호자 증장천 반 데르 데켄
궁예 덕분에 악마와의 거래를 끝내고 항해의 저주를 풀어 그의 휘하에 들어갔다. 목표는 샹그릴라로의 도달. 그것을 위해 함께하던 해리슨 하멜을 살해해 '지도'를 구하려 했다. 현재는 해리슨 하멜이 얻은 지도의 원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대한제국으로 향함.
악마와의 거래가 끝났으나 휘하의 악마함대는 남아있기 때문에 바다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강하다.


위대한 왕. 다문천왕 니콜라이 바이코프
니콜라이 바이코프란 소설가에 의해서 지칭되어 신격화된 존재(호랑이)로 자신의 일족들이 긍지를 가지고 살 수 있는 땅을 마련해주겠다는 궁예의 말에 그의 휘하가 되었다. 지칭하는 자신의 이름은 그 소설가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능력은 없으나 신체능력과 재생능력만으로도 다른 사천왕과 맞먹을 정도의 힘을 지닌 무시무시한 존재. 밤에는 재생능력이 발동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죽음의 권능이 발동되어 접근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재미있을거 같다고 붙은 혼돈의 도사 지국천왕 전우치
한번은 선인에게 잡혀서 수행자가 된 전우치였으나 결국 미련을 버리지 못해 등천하지 못하고 다시한번 하계에서 여흥을 즐기기 위해 궁예의 휘하에 들어왔다.
강력한 도술과 영력, 무엇보다도 뭘 할지 모를 성격탓에 화격단 제일가는 위협이 되는 존재


백성의 안식을 위해 협력하시고 전승을 넘어 이제는 진짜 인간을 버리신 광목천왕 블라드 더 쩨페슈
세간에서 드라큘라라 불리는 존재로 지금은 자신의 피륙으로서 존재하는 자신의 백성들을 구제해주겠다는 말에 그의 휘하가 되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영맥을 쇠하게 만들며 영맥위에 존재하는한 곧장 부활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한제국이란 국가에 있어선 최악의 적

by 히무라 | 2012/03/01 21:24 | SS | 트랙백 | 덧글(5)

[동방]선물과 문지기와 가정사정

전작


"그래... 그 녀석이 아직도"

"네. 결국 강경책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가에 이쿠의 말에 태사의에 앉은 곤룡포(袞龍袍)를 걸친 남성은 권태로운 표정속에서 눈을 번뜩였다. 워낙 일순간이었는지라 부복해있던 나가에 이쿠를 비롯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대소신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눈빛은 분명 '흥미'라 불리는 종류의 감정을 담고 있는 눈빛이었다.

"하여간 누굴 닮은건지... 참 골치아프게 만드는군"

태사의의 앉아 있는 남성의 말에 그 자리에 서 있던 대부분은 '당신 딸이잖아!'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눈 앞에 있는 남성은 그들의 주군이자 자신들이 함부로 올려다보지 못할 만큼 고귀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외유는 허락했다지만 200년 정도까진 아니야. 슬슬 강제로라도 데려와야겠지."

"그럼..."

"서해랑 북해는 요즘 좀 바쁜듯하니 동해랑 남해 용왕에게서 용장 각 6명씩과 용왕 직할의 어림군 전체를 빌려서 데려오거라."

"넷?"

너무나도 과한 전력에 나가에 이쿠는 자신도 모르게 눈 앞에 있는 남성을 향해 반문했다. 그도 그럴법한게 용장은 용들 중에서도 특별히 무력이 높은 이들로 선발되는 존재들이었다. 단순 전투력만 따지면 투선이나 신장들과도 할만하다고 불리는게 용장이란 존재. 거기다 어림군이면 용왕권역내에서 특출난 환수나 영수들을 모아 만든 용왕의 직속부대였다. 그런걸 이만큼이나, 그것도 오직 한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동원한다는 것은 나가에 이쿠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네가 나한테 반문이 가능할 정도의 존재라고 생각하느냐?"

남성에 말에 그녀는 그대로 머리를 박으며 사죄를 올렸다. 자신은 고작해야 용궁의 사자. 눈 앞에 있는 남성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황송해야 마땅한 존재였다. 그런데 겁 없이 반문이라니...

"이만 물러가보거라. 다음번에 올땐 가급적이면 그녀석도 데려오고. 참 속썩이는 녀석이야"

"예-"

나가에 이쿠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예를 올린후 다급히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자칫해서 눈 앞에 있는 남성이 변덕을 부린다면 자신은 목숨을 부지하기 조차 힘들단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나가에 이쿠가 사라지기 무섭게 옆에 있던 신하중 한명이 입을 열었다.

"고작 용궁의 사자에 불과한 아이입니다. 너무 겁을 주신건 아니신지..."

"이쯤은 겁을 줘야 최선을 다할게 아니더냐. 그래야 딸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볼 수 있겠지."

"악취미십니다. 폐하"

"악취미긴, 내 딸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볼 의무가 있어."

태사의에 앉아 군룡포를 걸친 채 세상을 굽어보는 이 남성의 이름은 진시명. 사해의 모든 바다와 하늘을 책임지는 용들의 신이었다.



"메이링!"

팍-

모자를 꿰뚫고 머리에 박히는 단검.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졸다가 걸린 홍마관의 문지기 홍 메이링에 대한 처우는 가혹했다. 그나마 킬링돌이 아닌 것은 다행이라 해줘야 하는 것일까?

"아파요 사쿠야씨"

"문지기일 제대로 하지 않고 졸고 있으니까 그러지!"

"너무하네요. 옛날에는 메이링씨 메이링씨 거리며 제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사쿠야씨가 지금은 이런 폭력메이드라니... 전 정말 슬픕니다."

"누가 폭력메이드라는거야! 게다가 그런 고리짝 얘기를 꺼내다니... 오늘도 킬링돌로 벌집이 되고 싶은거야?"

"아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옛날에는 애교로 받아줬지만 요즘 사쿠야의 킬링돌은 너무나도 매서웠다. 아차하는 순간 전신이 꿰뚫려 벌집이 된 채로 명계에 가버릴 것 같아 무서운 메이링이었다. 물론 그정도로 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아픈건 아픈 것이었다.

"그나저나 준비는 잘 되어가는 거야?"

"무슨 준비 말씀하시는 겁니까?"

푹-

"아픕니다 아파요!"

메이링이 능청을 떨기 무섭게 머리에 박히는 단검. 단검에 피를 본 메이링은 엄살(?)을 부리며 사쿠야를 향해 말했다. 계속 능청을 떨었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결과였다.

"당연히 준비했죠, 얼마 안있으면 플랑드르 아가씨의 500살 생일이지 않습니까."

"그동안은 그분을 '봉인'해 두느라 생일을 챙기지 못했지만 나오신 이상 최대한 화려하게 챙겨드리는게 사용인으로서의 의무겠죠. 메이링씨, 이번엔 아깝더라도 화단이 거덜날 각오를 하세요."

"꽃은 그대로 보고 감상하는게 베스트지 말입.... 아뇨아뇨 당연히 그래야죠."

결국 단검이라는 협박에 굴한 홍 메이링은 눈물을 흘리며 홍마관 정원에 있는 꽃들을 어떤식으로 배치하고 꾸며야 가장 화려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만 했다. 이것에 대해서는 플라워 마스터인 카자마 유카의 도움을 얻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최근 기분이 좋지못한 플라워 마스터에 대한 소문도 들은터라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나저나 플랑드르 아가씨가 500살이라.... 홍마관도 벌써 200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슬슬 때움식 보수도 한계니 재공사를 겸한 재단장이 필요하겠죠."

본래 홍마관은 최소 500년은 가도록 설계되었고 또한 강력한 결계로 보호받고 있어서 족히 천년은 버틸것이라 생각했지만 약 3년 전쯤 있었던 홍무이변을 기점으로 홍마관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한 스펠카드룰, 그리고 매번 쳐들어와 대도서관의 책을 강탈하는 마리사 때문에 1000년은 가볍게 갈만한 저택이 금새 한계에 도달해 버리고 말았다. 그동안은 홍메이링과 요정들, 그리고 지하도서관의 파췌리 노우릿지가 임시적으로 보수를 했지만 결국 한계가 오고 만 것이었다.

"그나저나 누구더러 지어달라고 해야할까요?"

"아무래도 지저 아니면 캇파쪽이겠죠? 홍마관 정도의 크기를 지닌 건물을 만들고자 한다면..."

"하아..."

"골치아프네요"

홍마관의 양 기둥.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와 문지기 홍 메이링은 홍마관의 증축에 대한 논의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라면 천계의 목공들을 동원하는건 어때요?"

"될 리가 없잖아. 게다가 환상향의 관리자인 요괴현자가 잘도 허락하겠다."

"우우... 하기사."

여느때처럼 놀러온 텐시에게 푸념을 늘어놓은 홍 메이링은 안될일만 말하는 텐시에게 가벼운 태클을 걸었다. 물론 목적을 말하고 요괴현자인 야쿠모 유카리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렇게되면 필히 자신의 옛날을 거론하게 될 것이라. 그건 가급적이면 피하고싶은 그녀였다.

"결국 지저인가? 캇파는 맡겼다간 뭘 만들지 모르니"

"오니가 났겠죠. 캇파보다는"

텐시의 말에 홍메이링은 아가씨에게 말한 후 한번 지저에 갔다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면 플랑드르 아가씨 선물도 아직이었지..."

사쿠야에게는 준비해놨다고 말해놨지만 아직까지 진정으로 선물할만한 물건은 구하지 못했다. 물론 일단 구해놓은건 있지만 이게 플랑드르 아가씨에게 선물할만한 물건이라고는 아직 생각지 않는 메이링이었다.

"천계의 복숭아는 어때요?"

"그건 네가 직접 선물로 주렴"

가급적이면 직접 구한 물건으로 드리고 싶었다.

"음... 향림당에라도 가볼까?"

"향림당 입니까..."

"점주라면 희귀한 물건에 대한 정보도 꽤 가지고 있을테니까."

향림당의 점주 모리치카 린노스케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물건은 왠만해선 안내놓는 남자. 그런만큼 정보를 구하는 쪽이 방법적으로는 나을터였다.

뭐 그 정보도 제대로 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긴 하지만...

"뭐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더라도 발품 좀 팔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네요."

"여차하면 명련사의 나즈린씨에게 부탁하지 뭐"

보물 찾기가 주특기인 나즈린이라면 분명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을 것이 틀림 없었다.

"뭐 일단은 아가씨께 허가 받으러 가 볼까?"

홍 메이링은 문지기, 그런만큼 자리를 비우고자 하면 아가씨의 허락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목표, 홍마관을 나서는 중.]

"그대로 미행하면서 예상 도착위치를 확정해내. 확정 완료되면 나한테 보내고"

[예스 맴]

끊어진 통신을 보던 나가에 이쿠는 야전복장을 하고 있는 동해용궁과 남해용궁의 어림군을 보며 난감하고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환상향의 존재들과 달리 간간히 인간세계에 나가보기도 하는 나가에 이쿠는 인간세계의 군대복을 하고 있는 어림군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며 말했다.

"어림군도 인간계의 물 먹는건가?"

"용신님께서 재미있어보인다고..."

",,,"

어딜가나 문제인 변덕쟁이 용신이었다. 물론 그것을 실제로 내뱉으면 그냥정도로는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것을 입밖으로 내는 우는 누구도 벌이지 않았다.

"고생이 많구만 너희들도."

"사자인 이쿠님만 하겠습니까?"

"사자는 완전 심부름 센터 취급이라 들었는데요"

"심부름 센터라..."

생각해보면 그랬다. 뭔 일만 있으면 불러서 일을 시키는... 심지어는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용궁의 사자란 이유만으로 터무니 없는 일을 시키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불량천인이라 불리는 히나나위 텐시를 가르치는 일. 천계에 있는 천인이 모두 포기했다 하여 자신이 불려갔을때 얼마나 터무니 없었던가...

"우울하다, 죽을까..."

"잠시! 날개옷으로 목메지 마세요!"

순간 우울해진 '임시'상관의 자살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어림군이었다.



"정보인가..."

"네. 작은 아가씨에게 선물할걸 찾고 있는데 마땅한게 없어서요. 뭐 괜찮은 물건에 대한 정보가 없을까요?"

"음, 뭐 있긴 있지만서도. 역시 좀 아까운걸"

"그러지 마시고... 아, 이건 어떠세요? 사나에씨에게 얻은 바깥의 책인데."

"흐음, 교과서랑 사전이란 건가?"

"일단 필사는 끝난데다가 파췌리씨는 별로 흥미를 안가지시는 책이라."

"괜찮겠지. 얼마전에 놀러온 코마치의 말에 의하면 무연총 깊숙한 곳에 뭔가 재미있는게 떨어졌다더군. 난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말이야"

"무연총입니까?"

바깥세계의 물건이 제법 떨어진다는 무연총이라면 확실히 뭔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그곳을 배회하는 사신 코마치가 그렇게 말했다면... 가능성은 10할이었다.

"정보 감사합니다."

"거래니까. 아, 혹시나 해서 묻는거지만... 알고있지?"

"아, 네 알고있어요."

"괜히 걱정했군. 이런 분야는 나보다도 네가 전문일텐데 말이야"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미소와 걱정은 서비스야"

"그럼 다음에 뵐께요"

향림당의 점주 모리치카 린노스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서는 홍 메이링. 그녀가 나가기 무섭게 가게 한쪽에서 '틈새'가 열리며 한명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걱정하는거 아니야? 린노스케. 질투난다고."

"아니 뭐... 마리사정도의 힘을 지닌 녀석들이 숨어서 쫓아다니고 있으니 신경쓰여서 한 말이야"

향림당의 점주 모리치카 린노스케는 약하지만 약하지 않았다. 만약 진짜로 약했다면 홀로 이런곳에 가게를 차릴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을테니까.

"아, 동해랑 남해용궁의 어림군 말이네"

"용궁이면 환상향 바깥의 존재잖아. 괜찮은거야?"

"뭐가?"

"환상향의 '룰'을 집행하지 않아도 괜찮으냐고 묻는거야"

"뭐 처음엔 강제집행하려고 했지만... 노리는 상대가 메이링이니까"

어느새 차까지 꺼낸 요괴 현자 야쿠모 유카리의 말에 린노스케는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너 그녀에게 유감 있는거야?"

"유감이 있냐 없냐로 묻는다면 있다라고 대답해줄께. 뭐 나두고 있는건 그 이유때문이 아니지만"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지? 메이링씨는 마리사한테도 매번 당하잖아"

"정말 질투나네... 저쪽에 가세해버릴까"

"어이어이..."

린노스케가 인상을 찌푸리자 유카리는 농담이라는듯 장난 스럽게 말했다.

"농담이야. 린노스케 넌 홍 메이링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아냐?"

린노스케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환상향 탄막놀이의 강함을 랭킹으로 매기자면 홍 메이링은 중위권, 사실상 하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정들을 제외한다면 하위권인 탓이었다. 덕분에 일부 환상향 일각에서는 샌드백 문지기 혹은 있어도 없어도 의미 없는 문지기라는 굴욕적인 별명으로 불리기도했다.

"확실히 탄막놀이 룰 내라면 홍 메이링은 약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약한건 아니야. 그녀라면 제 1차 월면전쟁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정도의 실력자니까 말이야"

"제1차 월면전쟁에서?"

린노스케로선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히노에다 아큐의 기록과 카자미 유카,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야쿠모 유카리의 말로만 듣던 싸움이었지만 환상향 안에서는 누구보다도 그 전쟁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니.

애초에 가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고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건 카자미 유카를 비롯한 일부 강한 대요괴뿐. 그런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 그 강함은 충분히 증명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강하네."

"그래 강해- 본질이 본질이니까"

환상향 대부분의 인요는 홍 메이링의 본질을 모른다. 그저 기를 다루는 요괴라 말할 뿐. 하지만 그녀의 본질을 아는 야쿠모 유카리로서는 그녀와 그녀를 노리는 자들의 싸움이 기대될 뿐이었다.



"골치아프네."

무연총으로 향하는 제사의 길에서 자신을 뒤쫓고 있던 존재를 기절시킨 홍 메이링은 그들을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복색은 모르겠지만 그들이 달고 있는 표식은 분명 남해용왕의 어림군. 이들이 환상향에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아버지'가 손을 썼다는 말이나 다름 없엇다.

나가에 이쿠로서는 권한이 안되니까.

"어림군이라... 아버지라면 분명 용장도 동원했겠지"

남해뿐일까? 아니면 사해 전체? 어느쪽이든 귀찮게 된건 확정사항이었다.

"공주님-"

"각오!"

쓰러진 둘 말고 더 있었는지 나타난 사람은 그물을 던지고 최루탄과 태양침을 흩뿌리며 홍 메이링을 압박해갔다.

"후... 하"

쉼호흡을 하며 기를 끌어올린 눈을 번뜩이며 진각을 밟으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극채태풍極彩太風]

맹렬한 바람과 함께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기탄. 갑작스럽게 부는 맹렬한 바람에 자유를 빼앗긴 어림군은 그대로 이어진 기탄에 난타당해야만 했다. 보통 요정이나 요괴라면 쏟아지는 기탄의 폭풍속에서 난타당하다가 기절했을 것이나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는건 역시 어림군 답다고 할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봐줄수는 없으니까- 상대가 너희들이라면 말이야."

[지룡천룡각地龍天龍脚]

맹렬한 진각과 함께 하늘과 땅 양쪽에서부터 막대한 압력이 어림군을 덮치기 시작했다. 인간이라면 그대로 압사할 하다못해 몸이 짜푸러져 육포가 될정도의 압력. 아무리 어림군이라지만 그런 압력을 버틸 수 있을리 없었고 결국 압력을 버티다 못해 기절한 어림군을 두고 메이링은 다음 공세를 기다렸다.

"그나저나 200년간 가만히 계시던 아버지가 왜 갑자기 오라고 하는거야. 그것도 강제로... 뭔일이... 있을리는 없나?"

아버지에게 무슨 변고가 생겼을까에 대한 의문을 떠올리는 메이링이었으나 이내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변고가 생기는 일은 환상향에서 이변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 이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였던 탓이다. 게다가 이변이 있다고해도 아버지에게 직접적으로 큰 일이 있지 않는 한 갈 생각은 없었다.

"아가씨들이 어엿한 어른이 될때까지 지키겠다고... 그 녀석이랑 약속했으니까"

메이링은 예전에 죽은 홍마관의 전 집사를 떠올리며 아련한 기분에 잠겼다.



"목표, 이쪽을 포착. 가장 가까이 있던 제 1대가 전멸했습니다."

어림군중 한명의 외침에 나가에 이쿠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벌써부터 들킬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탓이었다.

"곤란하네... 역시 아가씨 답달까..."

"어떻게 할까요?"

"뭐 이럴땐 역시 포위섬멸이 정답이겠지? 아가씨는 우리쪽이 능동적으로 들어오길 바랄테니까 그 대신 포위망을 형성해 압박해주는게 좋겠지. 용장님들은 아가씨를 지치게 해주세요"

"그냥 우리들로 공주님을 모셔가는게 좋지 않겠나?"

"그랬으면 좋겠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요."

나가에 이쿠의 능력인 공기를 읽는 정도의 능력은 사용에 따라선 전황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유용한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이런식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아직도 쳐들어오지 않는 어림군에 메이링은 인상을 찌푸렸다. 일부러 상대의 공격을 유도 하고 있었지만 그 의도가 가볍게 간파된 탓이었다. 대신 자신을 중심으로 넓게 군기(軍氣)가 형성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능동적인 공격대신에 포위압박인가. 견실하면서도 빠져나가기 힘든 구성인걸... 게다가 이 기척은..."

촤촤촤촤촤촤-

수풀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6명의 인영이었다. 아까 싸운 이들의 수배나 되는, 격이 다른 힘-

"용장급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 저희들은 남해용궁산하의 용장들입니다. 용신님의 명령에 따라 아가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아직 돌아가기 싫은데?"

"이번엔 강제로 데려오라고 하십니다."

"강제인가... 너무한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튀어나가는 메이링의 몸. 가장 가까이 있던 용장에게 다가가 붕권을 날려 그를 날려버린 메이링은 곧이어 그 옆에 있던 상대를 향해 기공포를 날렸다. 하지만 앞에 다른이가 당하는걸 본 지라 대비하고 있었던 관계로 별다른 재미는 볼 수 없었다.

"역시 용장이란건가. 반응이 빠른걸..."

메이링은 웃으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웃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용장들은 현재의 메이링 보다 높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전투경험의 차이가 있긴하지만 이정도 숫자면 메이링으로서도 판세를 뒤엎는건 요원한 일이었다. 게다가 포위진의 군기를 생각하면 용장급이 더 있고 생각하는게 옳았다.

"선물 구하기가 좀 오래걸릴것 같은걸..."

"선물은 구하실 필요가 없으실겁니다. 저희를 따라가셔야 될테니-"

"과연 그럴까?"

메이링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한번 발걸음을 떼었다.



"미령님도 참 저도 데려가시지."

"문지기도 참 너무해"

"그러게 말이죠"

얼음의 요정이자 바보의 대명사로 불리는 치르노와 함께 메이링을 쫓아 무연총으로 향하던 히나나위 텐시는 제사의 길을 지나던 중 보인 시체(?)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환상향이라고 죽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저런식으로 멀쩡한 시체는 보기 힘들었던 탓이었다.

갑작스런 흥미에 시체쪽으로 다가간 텐시는 느껴지는 생기에 많은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멀쩡한 시체란게 어떤지 궁금했던 텐시로선 살아있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았던 탓이었다.

"응?"

그렇게 신경을 끄고 다시 날아갈까 하던 텐시는 문득 그 시체가 달고 있는 문장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떴다. 그 표식은 다름아닌 용궁소속 어림대의 표식-

메이링에 의해 용궁에도 자주 놀러간 그녀가 절대 잊을 리 없는 표식이었다.

"설마..."

"왜그래?"

"서둘러야...!"

"잠깐!"

메이링의 위기를 직감한 텐시는 치르노도 뒤쫓기 힘들 정도로 맹렬한 속도로 날기 시작했다.



"후하... 역시 힘의 봉인도 풀리지 않은 상태론 힘든걸..."

잠시 숨을 돌린 메이링은 쏟아지는 낙뢰를 보며 재빨리 발을 놀렸다. 그것은 뇌우라 불러도 될 만큼 조밀한 낙뢰의 세례- 만약 메이링이 보통 요괴였다면 그대로 이 낙뢰세례에 멋진 벼락구이가 되었을 터였다.

"이정도로 심한 난리인데 아무도 안오는걸 보면 역시 유카리가 손을 쓴건가..."

아마도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하란 거겠지만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선 너무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봉인을 푼 상태라면 모를까 아직 봉인중인 상태에서 저만큼 준비한 상대를 맞이한다는 것은 등불에 꼬인 부나방이요 불속에 짚섬을 이고 뛰어드는 꼴인 탓이었다.

"용장 둘에 어림군 17인가... 내가 생각해도 칭찬해 주고 싶은 기록이네"

전체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였지만 그래도 이 상태에서 저만큼 쓰러뜨린것은 그만큼 그녀가 전력을 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봉인만 푼다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서도..."

봉인을 푼다면... 여의주만 사용한다면 어떻게든 싸울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봉인을 풀 시간도 만들기 힘들었다.

"정말 단단히 준비했는걸... 플랑드르 아가씨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포기는 하지 않았지만 반쯤 체념한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몸에 권경을 둘렀다. 권경으로 기척을 지운 메이링은 그들의 인식 밖에서 조금씩. 벌레가 풀잎을 갉아먹듯이 야금야금 어림군을 해치워나갔다. 목을 꺽고 심장을 격하고 뇌를 흔들며. 여러가지 '죽지는 않을' 공격들로 하나 둘 제압해나가던 메이링은 이내 자신을 쫓아온 용장들을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권경으로 기척을 죽였는데도 이리빨리 찾아내냐!"

재빨리 발을 떼며 질주하는 메이링이었지만 지친체력으로는 제 속도가 나질 않았다.

"큭!"

작렬하는 뇌전과 화염. 단순하지만 강력한. 그렇기에 위협적인 공격에 메이링은 고통의 신음성을 흘렸다. 몸에서 감각이 사라져가고 동시에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계인가...."

"이제 슬슬 잡혀주시죠 아가씨. 아가씨 한명으로 입은 피해가 무지막지 합니다."

지금까지 당한 숫자는 용장 둘에 어림군 30... 명백히 말하자면 생각 이상의 피해였다. 메이링은 입을 열기도 힘든지 가쁜 숨을 내쉬며 자신을 바라보는 용장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분함을 이기지 못한채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전인류비상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흡사 빔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터무니없는 밀도를 지닌 광탄의 세례가 메이링을 포박하기 위해 접근하던 용장과 어림군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한명의 천인과 요정. 메이링이 메이링으로서 살기 전의 인연인 히나나위 텐시와 메이링으로서 살아가면서 만든 인연인 얼음요정 치르노였다.

"메이링님!"

"메이링!"

""지금 구하러왔어!""

어째서 저 둘이 여기에 있는 걸까? 메이링은 좀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둘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여기에..."

"너무하잖습니까 메이링님!"

"그래 메이링!"

""왜 저희(우리)에겐 한마디도 않고 자리를 비우신겁니까!(비운거야!)""

"...."

결국 자신이 말도 없이 자리를 비운탓에 그걸 찾으러 온 것이란건가... 메이링은 두사람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했다.

"아하하하하... 이것도 운명의 장난인지"

"에잇 고작 둘이다! 얼른 해치워!!"

해치워라는 말에 반응해 버린걸까, 자칭 최강의 환상향 제일가는 바보요정 치르노는 막대한 냉기를 뿜으며 외쳤다.

"나는 최강이라고! -K!"

치르노의 외침과 함께 떨리기 시작하는 대기. 그리고 그 인근에는 터무니 없는 냉기가 주변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다른 용장중에서도 냉기를 다루는 존재는 몇 있었지만 눈 앞에 있는 요정처럼 터무니 없는 냉기를 다루는 존재는 없었다.

"모두 얼어버려!!"

치르노의 외침과 함께 주변을 휩쓸어버리는 냉기. 조금 떨어져 있던 이들은 가까스로 저 터무니없는 냉기를 막을 수 있었으나 인근에 있던 이들은 텐시와 메이링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아하하하하 나는 최강!"

그 상황이 마음에 드는지 치르노는 승리의 V자를 내밀며 외쳤다. 어이없는 상황이랄까 터무니 없는 상황이랄까 눈앞에 보이는 부조리함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 녀석 분명 요정 아니야?"

"요괴도 저렇게는 못한다고!"

모두가 놀라 당황하는 사이 메이링은 텐시를 불렀다.

"텐시, 잠시만 날 지켜줘."

"봉인을 푸시게요?"

"아무리 너희들이 왔다곤해도 저 숫자를 다 상대하는건 무리니까"

비록 치르노의 '퍼포먼스'에 놀라버렸다고는 하나 상대는 정예병력. 곧 이쪽의 스타일을 꿰뚫어보고 그 틈을 파고들 것이 분명했다.

"최대한 빨리 풀어주세요. 조금 벅찰지도 모르니..."

천계의 보물 비상의 검을 뽑아든 텐시는 어느새 나타난 나가에 이쿠를 보며 입을 열었다.

"용궁에서 나섰길래 당신도 나올거라 생각했지만 타이밍 한번 죽여주네"

"전 부지런한 용궁의 사자니까요. 용신님에 명에따라 미령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말은 잘하네"

"환상향에 놀러다니면서 빈정거림이 느셨네요 아가씨"

두사람은 지금 상황에선 지킬 필요도 없는... 지켜도 의미가 없는 스펠카드를 꺼내들며 선언했다.

"현운해의 벼락정원"

"천지개벽 프레스!"

두사람의 선언과 함께 막대한 벼락과 대지의 일렁임이 서로를 향해 쏟아졌다.



"이녀석 냉기만 빼면 벌거 아니야. 전부 결계를 최대치로 한후 접근전을 펼쳐!"

냉기만 막을 수 있다면 근접전에 취약한 치르노를 그들이 이기는 것은 쉬웠다. 그리고 그들이 결계를 전력으로 펼친다면 치르노의 냉기를 막을 정도는 되었다.

"이익-!"

갑자기 자신의 뜻대로 얼지 않자 당황하는 치르노.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상대는 결계를 극대로 끌어올려 기동성이 상당히 저하되고 원거리 공격이 대부분 불가능한 상황. 덤으로 한곳에 모여 있었다. 이쯤되면 아무리 바보라지만 수많은 싸움을 계속해온 치르노로선 놓칠리가 없었다.

"내 최강의 공격이라구! 구태(毆颱)..."

그렇게 외치며 손끝에 극한에 냉기를 모으는 치르노. 왠지 한자가 틀린것 같지만 그런건 신경써주지 않는게 치르노에 대한 예의였다. 물론 상대로선 그런걸 알리도 없고 신경쓸리도 없었지만.

"프리즈 스파크!!!!"

치르노가 가장 많이 싸운 상대라하면 요정들 보다도, 요괴들 보다도 인간. 그것도 단 한명의 인간이었다.

그 이름은 키리사메 마리사. 마법의 숲에 사는 인간 마법사. 그녀의 주특기이자 필살기라 할 수 있는 마스터 스파크- 그것을 몇번이고 겪은 치르노는 그 엄청난 빛을 미워했지만 동시에 동경하기도 했다. 가로막는 것을 모두 쓸어버릴 것 같은 막강함. 그것이 최강이라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 마스터 스파크를 모방한 이 기술은 치르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강의 위력을 지닌 공격이었다.

가로막는 것이라면 절대영도로 완전히 얼려 분쇄시켜버리는, 설령 결계로 위력을 감소시킨다 쳐도 절대로 얼어버리는 극한(極寒)의 얼음광선. 그렇기에 치르노는 이것을 탄막놀이할때는 쓰지 않았다.

이런것을 정면으로 맞았다간 요정외에는 어떻게 될지 바보라도 알 수 있었으니까.

"이... 이건 뭐야!"

"겨... 결계가 통하지 않아!"

결계는 충분히 통하고 있었다. 만약 결계가 없었다면 그들은 얼음덩어리가 되는 정도가 아닌 완전 소멸해버렸을 테니까.

"거 봐, 난 역시 최강..."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하는 프리즈 스파크인 만큼 치르노로서는 손하나 까딱할 힘이 남지않았고 결국 겨우겨우 날고있던 치르노는 지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치르노..."

"한눈 파실 여유가 있으신가요?"

대개 용궁에서는 용궁의 사자인 나가에 이쿠가 약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그들에게 있어 나가에 이쿠란 존재는 심부름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용장들은 알고 있다.

나가에 이쿠는 강하다. 왠만한 용들 이상으로 벼락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자신의 고유능력인 공기(분위기)를 읽는 정도의 능력을 통해 착실하게 자신의 승리의 반석을 밟아간다. 기본능력만 해도 용장에 밀림이 없는데 그 특유의 능력과 전법을 통해 용장 셋이 모인다 해도 그녀는 경시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가에 이쿠와 싸워서 이기는 환상향의 주민들은 대단하고 할 수 있었다.

"선우후락의 검!"

상대와의 공방속에서 가장 사지로 들어가 그 빈틈을 찌르는 비검. 후의 선이라고 할까? 카운터로선 이만한 기술도 없었다.

하지만-

"보입니다! 광룡의 한숨."

나가에 이쿠는 이미 자신의 능력으로 그녀의 공격을 예상한 상황이었다. 결국 텐시의 공격은 빗나가고 도리어 그녀를 위기에 빠뜨렸다.

"큭...!"

"이만 물러나시죠 히나나위씨. 용궁으로서도 천계와의 의를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령님이 부탁했다고... 물러설까봐!"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손을 치켜드는 나가에 이쿠. 그리고 그런 나가에 이쿠를 향해 모여드는 뇌전. 손끝으로부터 막대한 뇌전을 모은 이쿠는 파직파직거리는 스파크를 두른채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용어(龍漁)..."

어느새 그녀가 걸치고 있던 날개옷도 그녀의 회전에 맞춰 맹렬히 회전하며 그녀의 회전을 한층 더 가속 시켰다. 그리고 번쩍이는 스파크는 그 회전에 더욱 맹렬한 번쩍임을 더하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 회전이 절정에 달한 순간...

"일렉키델 드릴!"

뇌전을 두르고 쏘아지는 맹렬하기 짝이 없는 회전. 어지간한 방어로는 막는 순간 그대로 뚫려 버릴 것이 분명한 위력- 전인류비상천이라면 저 기술을 집어 삼킬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아까 쓴 관계로 지금은 쓸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카드를 꺼내는 수밖에 없었다.

"세계를 굽어보는 머나먼..."

"잘 버텨줬어 텐시"

또다른 비장의 카드를 쓰려던 텐시는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쏘아지는 일권- 일곱빛깔로 빛나는 터무니없는 빛을 보이며 나가에 이쿠의 회전을 단번에 박살내며 하늘을 꿰뚫는 일권-

"관일홍천건곤권(貫一虹天乾坤拳)"

"미령님!"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평소와는 다른 복색의, 아니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홍 메이링이었다. 조금 푸른 기운이 감도는 붉은 머리카락. 용궁과 천계의 상징인 날개옷. 진정한 용으로서 자신을 증명하는 여의주. 그리고 평소의 무술가로서의 복색이 아닌 용궁의 용천녀의 복장을 자신에 맞개 개조한 개조복.

이 모습이 바로 과거 수백년전 천계와 용궁에 그 이름을 널리 떨친 용신의 딸. 용신희, 혹은 용천녀라 불린 홍메이링... 아니 진 미령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이 힘... 이게 그 불안의 정체?!"

나가에 이쿠가 용궁의 사자가 된 것은 홍 메이링... 아니 진미령이 용궁을 떠난 후. 더구나 여기에 있는 대부분은 용장 및 어림군이라 해도 대부분 신참들이었다. 용천녀 진미령에 대한 것은 자료로 밖에 모르는 존재들.

그렇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지니는 압도적인 힘을. 그 존재를-

"삼라와 만상은 모두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혼돈으로 보여도 결코 그렇지 아니하고 그 뜻이 얽키고 설킨듯 해도 오롯이 하나니..."

"전원 퇴..."

"하늘의 그물은 그 틈이 커보여도 놓치는 일 없으라! 삼라만상森羅萬狀『천라지망天羅地網』"

홍메이링의 외침과 함께 홍메이링과 히나나위 텐시, 그리고 치르노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싸움은 너무나도 손쉽게. 허무하리만큼 손쉽게 끝나버렸다.



"아... 역시 이 봉인 해제술은 이게 문제야"

용궁의 사자 나가에 이쿠와 남아있던 용장 6명과 어림군 50명을 단번에 제입해 버린 홍 메이링은 갑작스럽게 변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불평불만을 터트렸다.

"귀여워!"

"문지기가 다른 사람이 됐다!"

그렇다. 평소의 홍 메이링의 얼굴이 아닌 약간 짜리몽땅해진... 뭐랄까 가끔씩 점주가 보여주는 넨로이드라 불리는 인형과 같은 느낌의 얼굴이 되어버린 탓이었다.

"이래서 봉인 해제하기가 싫었어"

오랜시간을 들여 정식으로 봉인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임시적으로 봉인을 속이고 푸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봉인해제술들은 보통 단점이랄까 부작용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펼친 봉인해제술의 부작용이란 다름아닌...

봉인을 해제하고 사용한 힘만큼 특정부위가 랜덤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어려진다는 점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힘을 쓰진 않았기에 금방 돌아올 것이지만 그래도 이러한 얼굴을 누군가가 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치르노도 텐시도 이제 그만좀 봐줘..."

"이건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줘야 한다고요!"

"얼음에 보관해버릴까!"

"어째서인지 '모에'상태가 되어버린 두사람을 보며 홍 메이링은 한숨을 내쉬었다.



봉인해제의 부작용이 사라지기 무섭게 무연총 깊숙한 곳을 뒤진 메이링은 만족까진 못해도 나름 납득할 만한 선물을 구할 수 있었고 환상향을 침입한 용궁의 사자 나가에 이쿠를 비롯한 용궁관계자는 야쿠모 유카리를 통해 정중히 용궁에 '반납'했다. 뒤처리를 끝낸 메이링은 곧장 홍마관으로 돌아와 플랑드르 스칼렛의 생일파티 준비에 몰두했고 결국 그녀의 생일 전에 모든 준비를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생일 당일-

"여기 꼬냑 120병 추가!"

"술이란 술은 있는대로 추가해!"

"구이는 된게 없는 거야!"

홍마관의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와 문지기 홍 메이링. 그리고 요정 및 인간 메이드들은 무척이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둘째 아가씨 플랑드르 스칼렛의 500번째 생일인 만큼 크게 판을 벌인 것도 있지만 환상향 전역에서 사람... 아니 요괴들이 몰린 탓이었다.

이름있는 곳만해도 야쿠모 유카리와 그 식신들, 영원정,백옥루,명련사,모리야 신사, 요괴의 산 일동, 지령전 등등... 이미 수용인원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 결국 파티장을 호수쪽까지 넓혀서 겨우 자리를 마련한 홍마관의 사용인들은 그야말로 평소와 다른 피가말리는 공수전으로 파티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서오세..."

파티용품 공수를 겸해 손님안내를 하고 있던 메이링은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젊은 사내를 보며 굳어야만 했다. 메이링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요괴들 중 최상위급의 강함을 지니고있는 존재들은 여지없이 메이링의 앞에선 남자의 존재를 느꼈다. 물론 대부분이 파티분위기가 방해받지 않길 원하기에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곳도 오랜만이군."

"아... 아버지가 여긴 어쩐 일로?"

"네가 하도 집에 안오니까 말이지. 잠깐 얼굴이라도 보러왔다. 네 주인에게 안내좀 해다오."

"네..."

미심쩍었지만 아버지에게 대놓고 그런말은 할 수 없었기에 하는 수없이 주인인 레밀리아 스칼렛에게로 안내했다. 사내의 존재를 이미 눈치채고 있던 레밀리아는 홍마관의 주인 다운 우아한 인사로 사내, 홍 메이링의 아버지를 맞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비랑 다르게 예의가 바르군. 이것도 환상향에서의 생활때문이더냐?"

"뭐 그럴지도 모르지요"

"내가 무엇때문에 온 것인지는 알고 있지?"

"메이링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러 오신거잖습니까?"

레밀리아의 말에 조금 자극을 받은건지 사내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밀리아를 향해 말했다.

"만약 데리러 온거라면?"

"싸웁니다."

"호오? 너와 나의 힘 차이는 알고 있을텐데?"

"그래도 싸웁니다. 홍 메이링은 소중한 저의 고용인이자 가족-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설령 어떠한 존재도 그녀에게 강제하게 두지 않을겁니다."

너무나도 확고한 대답에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파티분위기를 깰 만큼 큰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대답 한번 걸작인걸, 좋은 주인을 만났구나 딸아!"

"아... 아버지!"

"뭐, 좋겠지. 500년은 더 기다려 주마"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푸른 빛과 함께 파티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아... 정말 수난이었어요. 설마 아버지가 오실줄은..."

"좋은 아버지인걸?"

"설마요... 제멋대로 대왕인걸요."

"그냥 제멋대로기만하면 신하들이 따를리 없겠지"

"그건 그래요"

레밀리아로 부터 위로아닌 위로를 받은 메이링은 이내 아직 선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둘째아가씨인 플랑드르 스칼렛을 향해 다가갔다. 플랑드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메이링을 보며 무척이나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메이링~ 선물이 이렇게나 많아!"

"잘됐네요 아가씨. 그러고보면 저도 선물"

품속에서 어린이용 장난감으로 보이는 선물을 건네는 메이링, 장난감을 받아든 플랑드르는 무척이나 흥미있는 표정으로 장난감을 휘두르며 물었다.

"메링~ 이건 뭐야?"

"글쎄요. 무연총에서 발견한건데 아가씨의 좋은 대화상대가 될것 같아서요"

"대화상대?"

[안녕하세요~ 카레이도 루비라고 해요!]

"와 지팡이가 말을 한다"

기뻐하는 플랑드르, 그것을 보며 메이링은 선물하길 잘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해도 메이링은 모르고 있었다. 이 지팡이가 훗날 홍마관을 완괴(完壞)시키는... 만화(萬畵)이변의 원흉이 될 것임을 말이다.

어쨌건 플랑드르 스칼렛이 전면에 나서는 첫 행사인 플랑드르 스칼렛의 500살 생일 기념파티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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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정말 간만에 써보는 글입니다.



문지기의 과거사정의 후속작으로 일단은 쓴겁니다만...



이거 생각해보니 2개월 만에 꺼내는건가...

by 히무라 | 2012/02/15 00:43 | SS | 트랙백 | 덧글(2)

[동방]문지기의 과거사정

"언제나 고맙습니다 이쿠씨"

"뭘요 용궁의 사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니까요"

이쿠에게 편지를 받은 메이링은 그 편지를 품속에 넣으며 이쿠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난 수백년간 집에 연락하지 못했지만 얼마전 있었던 천인 이변을 통해 만나게 된 나가에 이쿠를 통해 가족들에게 연락을 넣을 수 있게 된 탓이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이쿠씨를 만나서. 아무리 독립한 요괴라지만 200년 동안 가족들에게 안부조차 전하지 못한건 아쉬웠으니까요"

웃으면서 말하는 메이링. 그녀로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200년간 환상향에 머문것이 여러모로 마음에 걸렸었다. 하지만 이렇게나마 가족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로서도 메이링은 좋았다.

"저기... 그것때문입니다만. 슬슬 돌아오시는게 어떻겠습니까?"

"네?"

갑작스런 이쿠의 말에 메이링은 놀란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메이링의 표정을 본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당신이 이곳 환상향에 머문지 200년. 어르신도 한시라도 빨리 돌아오길 바라십니다. 뭐니뭐니해도 당신은..."

"으음... 곤란한걸요"

"아가씨!"

"전 그저 홍마관의 문지기일 뿐이랍니다."

메이링은 이쿠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표정을 본 이쿠는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돌려 하늘로 날아올랐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린 이야기는 자세히 생각해 보시길..."

다음을 기약하며 사라지는 이쿠를 보며 메이링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가에 이쿠를 만났을때부터 그 말이 나올것이라 생각했지만 설마 벌써 나올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자신의 공백이 컸던 것일까? 아니면...

"뭐 생각해봐야 별 수 없나?"

자신의 지금 신분은 문지기. 그렇다면 문지기 신분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직은 레밀리아님과 플랑드르님이 걱정되고..."


메이링은 그렇게 말하며 홍마관 정원의 꽃을 다듬기 시작했다. 과거의 일을 살짝 떠올리며...



"에, 그러니까 여기로 가면 홍마관이란거네."

간만에 환상향으로 내려온 히나나위 텐시는 하쿠레이 신사에 잠깐 들린 후 환상향의 명소들을 살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심심하기 짝이 없는 천계보다는 환상향쪽이 백배천배 나았다.

"그분이 있었다면 천계도 지금보단 훨씬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300년전, 히나나위 치코였던 자신이 막 천인이 되어 히나나위 텐시란 이름을 받았을 당시의 일이었다. 수행자도 아니고 가문의 공덕으로 인해 본의아니게 천인이 된 그녀는 지상인인채로 천인이 되어버린 탓에 천인들의 지루한 생활에 적응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수련으로 천인이 된 이들의 멸시의 시선도 있었으니 어린 히나나위 텐시가 그러한 것을 견딘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였다. 그러한때 히나나위 텐시를 지탱해준 이가 있었으니...

천상에서도 고귀한 존재인 용신님의 자제이자 천인들 사이에서도 고귀한 존재인 용신희 진 미령이었다.

비록 20년 남짓한 시간동안 함께했지만 그녀덕분에 텐시는 그녀와 헤어진 뒤 280년간을 견디며 지금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어디계시려나... 200년 전쯤부터는 행방불명이시라던데..."

용신님의 명에 따라 세상을 떠돌던 그녀가 사라진지 200년. 처음에는 무척이나 슬퍼했지만 누군가에게 당할만한 존재는 아니었기에 이 하늘아래 어딘가에 있을거라 믿으며 현재를 즐기고 있었다.

"저기가 홍마관인가?"

홍마관을 향해 날아가던 텐시는 저 멀리서 보이는 붉은빛의 성을 보며 한층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문 근처에 착지한 히나나위 텐시는 이곳 홍마관의 명물 중 하나인 홍마관의 문지기를 찾기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기웃거렸다.

"이상하다... 언제나 여기 있다고 들었는데?"

문지기가 보이지 않자 히나나위 텐시는 강제로 침입할까란 생각도 들었다. 괜히 망나니 천인이라 불리는게 아니다. 물론 그건 가족들도 다들 듣는 소리지만 말이다.

"안나오면 쳐들어..."

"저기, 홍마관엔 무슨 볼일이신가요?"

"히익!?"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텐시. 사실 누구라도 갑작스럽게 뒤에서, 그것도 지근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면 놀랄 수밖에 없다.

놀란 텐시는 너무 놀란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았고 홍마관의 명물 문지기 홍 메이링은 그런 텐시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손을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놀래키려던건 아니었는데..."

반짝이는 햇살속에서 홍 메이링을 올려다보던 텐시는 문득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피보다는 마치 노을과도 같은 붉은 머리카락, 단련됐지만 상냥한 손길... 그 순간 깨달았다 2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그분이란 것을.

"미령님?"

"네...?"

"미령님이시죠? 진미령님이 맞으시죠?"

난데 없이 튀어나온 '옛 이름'에 당황한 메이링은 당황하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녀가 누군지에 대해서...

"텐시양?"

"역시 미령님?"

"무슨 일이야 메이링?"

테라스에서 부터 들려오는 주인, 레밀리아 스칼렛의 목소리에 메이링은 반사적으로 텐시를 기절시키기 위해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여느때보다 강한 진각을 밟으며 지근거리에서부터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에 얻어맞은 텐시는 그대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호수 저편으로 날려져버렸다.

이때 메이링이 쓴 기술은 『촌격』삼극일촌붕. 지난 난리때도 쓰지않은 비기중 하나였다.

"침입자라도 온거야? 너무 요란한데..."

어느새 내려온 주인 레밀리아의 물음에 메이링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주인에게 말했다.

"아니 그게 요즘 말썽꾼으로 이름난 히나나위 텐시가 찾아와서 저도 모르게..."

"뭐 그녀석이 일을 크게 벌리긴 벌렸지만서도. 너무 심한거 아냐? 요즘은 얌전하게 탄막놀이나 하거나 관광다니잖아"

"좀 그렇긴 하죠?"

"저 녀석 네 방에 눕혀놔. 그리고 깨어나면 적당히 구경시킨 후에 돌려보내. 아무래도 우리집을 구경하러온듯 하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아가씨."

메이링은 레밀리아의 말에 재빨리 날려간 텐시를 건져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으음..."

"정신 차렸어?"

일어난 히나나위 텐시는 아픈몸을 일으키며 메이링을 향해 외쳤다.

"너무해요 미령님! 어쨰서...!!"

"미안미안, 여기에서의 난 용신의 딸이 아닌 평범한 문지기 요괴니까 말이야."

"그럴 순 없어요. 저에게 있어선 언제나..."

"진정해 진정해."

열을 올리는 그녀를 보며 당황하는 메이링, 300년전 천계에 있었을 당시에도 자신에게 의존하는 느낌을 받은 그녀였지만 설마 이정도일줄은 몰랐었다.

"언제부터 환상향에 계셨던거죠?"

"홍마관이 환상향에 왔을때 부터니... 한 200년쯤이려나?"

"200년..."

인간의 입장에서보면 엄청 긴 세월이지만 요괴며 천인인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몇년정도의 텀같은 느낌이었다.

"확실히 200년전이면 미령..."

"메이링이라고 해줘"

"메이링님께서 용신님의 명을 받아 서쪽을 돌아다니실때쯤인게..."

"그렇지. 그때 서쪽의 신님으로 부터 받은 부탁이 있어서 말이야."

메이링의 기억은 어느새 과거로 향해 있었다.



아버지인 용신의 부탁으로 동과 서의 경계로 향한 메이링은 도망친 뱀파이어의 집사를 처리해 달라는 서쪽신의 부탁에 의해 태양이 한가득 내리쬐는 열사의 사막을 헤메고 있었다.

"무지 더운걸... 이럴 줄 알았으면 보패 몇개 들고 올걸 그랬나?"

평소 단련을 위해 맨몸으로 다니는 메이링인 만큼 외부변화에는 비교적 취약한 편이었다. 뭐, 비교적 인데다가 자신의 능력인 기를 다루는 능력을 사용하면 별 문제 없기는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열사의 사막을 헤메는 것은 심하게 고역이였다.

"이럴때보면 선맥이라던가 선술도 좀 단련시켜두는게 좋으려나?"

무예를 익히느라 술법을 등한시 온 메이링은 이번 일을 계기로 술법에 대한 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메이링은 넓게 펼쳐둔 기감에 뭔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한낮에 건조하기 짝이없는 사막임에도 불구하고 음습하고 축축하기 짝이 없는 죽음의 기운을 지닌 존재의 느낌. 그것을 느낀 메이링은 전신의 기를 활성화 시키며 그대로 뛰어올랐다. 상대는 뱀파이어중에서도 가장 이름높은 드라큘라의 집사. 상대가 어떠한 요괴인지는 몰라도 분명 막대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만큼 메이링으로서도 초장부터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채광난무!!!"

메이링의 외침과 함께 쏟아지는 빛의 향연. 그 빛은 무척이나 무시무시한 속도로 망토를 걸친 존재를 향해 쏟아졌다. 칠흑과도 같은 망토를 걸친 '그것'은 해골의 낫을 꺼내들더니 그대로 쏟아지는 빛을 갈라버렸다.

"뭐?"

자신의 채광난무가 가볍게 갈라진 것에 놀란 메이링. 하지만 백전노장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라장을 거친 그녀가 그정도에 놀랄 이유는 없었다. 재빨리 공중에서 자세를 바꾼 메이링은 그대로 검은 망토를 걸친이를 향해 쌍장을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막대한 기가 유동하며 쌍장에서 쏟아졌다.

"파산포!"

이름 그대로 막대한 거력을 발하는 메이링의 장력에 뛰어오른 검은 망토의 존재는 비산하는 사류를 타고 달려와 메이링을 행해 낫을 휘둘렀다. 순간 낫에서 생긴 무지막지한 무지막지한 충격파.

"이런...!"

아까의 파산포보다도 더한 총격을 맞딱들인 메이링은 일전에 만난 노사에게서 배운 수형태극권으로 충격을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충격의 밀도가 너무나도 높았던 탓에 채 해소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쳐박혀 버렸다.

"제법이잖아.... 랄까 강한걸"

역시 드라큘라의 집사 답달까? 메이링은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갈라버린 상대를 보며 기파가 아닌 육탄전으로 가는 쪽이 자신에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곧장 행동으로 이었다.

"타핫!"

진각을 밟으며 돌진하는 메이링은 막 착지하던 상대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물론 상대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기에 곧장 반격이 들어왔지만 메이링은 제공권을 통해 낫을 빗겨낸 뒤 그대로 파고들어 붕권을 먹였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치솟는 모래, 메이링은 붕권이 들어가기 무섭게 연계 기술을 사용했다. 무섭게 쏟아지는 손발이 상대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으나 뭔가 이상하다 느낀 메이링은 재빨리 물러서며 자신이 공격하던 대상을 살폈다.

"놓쳤나..."

지금까지 자신이 공격했던 것은 너덜너덜하기 짝이없는 망토. 그것을 걸치고 있던 존재는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자신의 공격에서 부터 도망친 존재에 대한 감탄과 경악이 뒤섞여 잠시 멍하게 있던 그녀는 문득 목에서 느껴지는 서슬한 기운에 눈동자를 아래로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는 서슬 퍼런 대낫의 날을...

"우왓!!"

재빨리 몸을 젖혀 피한 메이링은 발끝을 낫에 걸고 재빨리 발을 차 낫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낫 위로 올라선 메이링은 그 낫을 들고 있는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서쪽에 있는 동화중 하나인 장화신은 고양이. 거기에 나오는 고양이 같이 옷을 입으며 두발로 걷고 말도 하는 고양이가 입에 낫을 물고 손에 대낫을 든채 메이링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도 백작님을 노리는 자들 중 한명입니까?"

"일단은 그렇게 되는건가... 나도 부탁을 받은 거라서 말이야."

"그렇군요. 동방의 존재가 저희를 노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미안하군!"

그 말과 함께 낫 위에서 회전하기 시작하는 메이링, 맹렬한 회전과 함께 쏟아지는 무지개빛 광탄은 척 보기에도 무척이나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재빨리 낫을 빼며 균형을 무너뜨리려 한 고양이. 하지만 그 시도가 무색하게 메이링은 진각으로 대낫의 날을 박살낸 메이링은 회전력을 통해 고양이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빡-

아까와는 다르게 채 피하지 못한 고양이는 그대로 낫을 놓은채 날려져버렸다. 사구에 쳐박혀 버린 고양이는 입에 물고 있던 낫을 손에 고쳐쥐고 날렵하게 뛰어올랐다.

아까 대낫을 사용할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 그런 상대를 향해 메이링은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날렸다.



"채광연화장!!!"

결과적으로만 말하자면 둘의 싸움은 메이링이 승리했다. 그녀가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도 움직이는 껄끄러웠지만 사신에게 허용된 죽음의 권능까지 사용하니 껄끄러움은 배 이상이었다. 결국 이기긴 했지만 그것을 위해 소모된 힘은 지난 50년간의 적공을 날려버릴 만큼 엄청났다.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

자신이 만난 몇 되지 않는 강적. 그런이를 이름도 모른채 떠나보내기는 싫었다.

"이름 입니까... 이름이라 할만한건 없지만 굳이 붙이자면 캣 더 데스라고 할 수 있겠군요..."

"캣 더 데스라... 그 이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것보다도... 저를 강적이라 생각해주신다면 제 부탁하나 들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어떤..."

"부디 환상향에 가신 아가씨들 만큼은.... 두분은..."

그 작은 고양이 손을 떨구며 숨을 거둔 드라큘라의 집사 캣 더 데스를 보며 메이링은 그의 눈을 감겼다. 그가 부탁한 것은 아마도 환상향으로 간 드라큘라의 딸들에 대한 잠재적인 보호... 모른척이리라.

"환상향인가..."

아버지인 용신이 창조한 소외된 자들의 세계. 이 세상에 잊혀진 이들을 받아들이는 세계. 그리고 자신이 한번도 보지 못한 세계.

"한번 가볼까..."

그렇게 메이링은 환상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거이거, 그 변덕쟁이 용신의 딸이 이곳에 올 줄이야. 의외네요"

"뭐, 아버지의 변덕은 내가 대신 사과하도록 하지."

환상향으로 간 메이링은 이곳의 관리자 중 한명이라 할 수 있는 경계의 요괴이며 요괴 현자라 불리는 야쿠모 유카리에게 적의도 호의도 아닌 불쾌함이 가득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원인은 다름아닌 자신의 아버지인 용신의 변덕으로 인해 결계가 심히 흔들렸던 탓이었다. 아버지라지만 그 변덕은 좋지않게 보고 있던 그녀였던 만큼 사과는 즉각적으로 이어졌다.

"아뇨. 당신이 사과할 일은 아닙니다만... 용신의 딸께서 이곳에는 어쩐 일로?"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환상향을 한번 둘러보고자 왔습니다."

'사실은 캣 더 데스씨가 말한 흡혈귀 자매를 찾으러 왔지만서도...'

본심은 말하지 않은채 표면적인 이유만 말하는 메이링, 하지만 사실 이곳을 둘러보고 싶은 것도 맞긴 하기 때문에 완전 거짓말도 아니었다.

"그럼 안내라도?"

"아뇨. 모처럼이니 스스로 둘러보고 싶습니다만... 안될까요?"

"아뇨 그러시다면야..."

야쿠모 유카리의 허락을 얻은 메이링은 하늘로 날아오르며 환상향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인간마을에 들러 수소문을 하고 요정의 숲을 들리고 요괴의 산을 헤메며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는 일주일.

결국 마을의 글선생인 케이네와 지주인 히노에다 아큐에게서 요정의 숲 너머에 있는 안개의 호수에 존재하는 붉은 성에 대해서 듣게된 메이링은 곧장 그 장소로 향했다.

들어가기 전 평범한 요괴로 자신을 '봉인'한 그녀는 거대하기 짝이 없는 홍마관의 문 앞에 들어서며 조심스럽게 외쳤다.

"계십니까? 집사의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만..."

쾅-!

메이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려오는 폭발음, 그리고 그 폭발음과 함께 힘겹게 걸어나오는 너덜너덜한 악마. 그녀는 메이링을 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처음 뵙겠습니다. 현재 임시로 홍마관을 맡고 있는 소악마라고합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무사수행으로 떠돌아다니고 있는 떠돌이 요괴 홍 메이링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가명을 밝힌 메이링은 엉망진창인 저택을 보며 식은 땀을 흘리며 물었다.

"저기 죄송합니다 소악마씨. 이 난장판은 대체..."

"처음 오신분께 못볼 꼴을 보여드렸네요. 저희쪽에서 고용한 요정메이드들이 난리를 피워서..."

요정이란 참 제멋대로인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들을 메이드로 쓸 생각을 하다니... 인력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난리통에서 목숨과 성을 건진것이 참으로 용하지만 말이다.

"아뇨... 이곳의 주인이신... '아가씨'를 뵐 수 있을까요?"

"아가씨 입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고개를 숙인 소악마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그 난장판을 헤치며 '아가씨'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아까보다 더 엉망진창의 옷차림으로 나온 소악마는 메이링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소악마를 따라 홍마관으로 들어간 메이링은 이래저래 다투고 있는 요정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난장판이니 소악마의 복색이 엉망진창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십수개의 난장판을 거친 소악마와 메이링은 여느 방과는 분위기가 다른 방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깁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정중하게 문을 여는 메이링. 문을 여니 눈 앞에 보이는것은 광활한 광장과 옥좌에 앉아있는 12살 정도의 어린아이로 보이는 소녀였다. 은은한 붉은빛이 감도는 새하얀 백의에 보랏빛 머리카락, 그리고 선혈보다도 붉은 눈동자를 본 메이링은 이보다도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해버렸다.

메이링이 그녀를 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동안 그 앵두같은 작달만한 입에서 미성이 울려퍼졌다.

"그래, 나의 집사에 대한 소식을 가지고 왔다고?"

"아... 네, 캣 더 데스씨에 대한..."

"고양이집사님이?"

"네..."

자신이 죽인 고양이 집사. 캣 더 데스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말한 메이링, 그런 메이링의 말을 들은 아가씨, 레밀리아 스칼렛은 자리에서 일어나 메이링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알려줘서 고맙군.... 주인으로서 사례를 하고 싶다만..."

미미하게 떨리는 목소리 그것은 분명 동요... 아니 슬퍼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드라큘라의 딸이라 강하게 커왔다지만 가족이 죽는것 마저 덤덤히 넘어갈 정도는 아니란 의미기도 했다. 게다가 성에서 함께 살던 가족들이 죽었으니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처음엔 소식만 전해주려고 했던 메이링은 순간 생각했다. 이대로 가도 되는가? 이대로 이렇게 슬퍼하는 소녀를 홀로 둬도 되는가... 그리고 결심했다.

"저를 이 저택에서 일하게 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뭐?"

"전 여태까지 한평생을 떠돌이 요괴로 살아온지라 슬슬 정착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 그런 이유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너무나도 선선히 받아들인 자신의 주인 레밀리아 스칼렛을 보며 메이링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이것이 홍마관의 주인 레밀리아 스칼렛과 문지기 요괴 홍 메이링의 첫 만남이었다.



"뭐, 이렇게 된 이야기야"

"그렇군요..."

"그때부터 내가 일단 정리하고 얼마전에 사쿠야씨를 영입하면서 확립된게 현재의 홍마관이란거지"

"그걸로 좋은건가요?"

"뭐...?"

"한 순간의 자책감으로..."

"자책감 같은게 아니야. 뭐 처음엔 그럴지도 모르지만... 다들 소중한 가족이니까"

"그런건가요..."

이런 사람이었다. 진미령... 아니 홍 메이링이란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근처에 있는 모든 이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존재. 그런 존재니까 이토록 마음을 열고 있는 것이지만...

"아참 텐시양, 홍마관 구경할래?"

"네!"

그날 히나나위 텐시는 동경하는 홍 메이링과 함께 충분히 홍마관을 즐겼다.



"아, 지친다."

히나나위 텐시를 배웅한 메이링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붉은 석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 이야기 들으셨죠 아가씨?"

메이링 몰래 문 뒤에서 기대고 있던 레밀리아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전부..."

"원망스러우신가요?"

"진실을 말하지 않은것에 대해서라면 응, 캣 더 데스에 대한 거라면 아니."

"어째서인가요?"

"캣 더 데스는 본래 사신이야. 보통으론 몸을 박살내도 죽지 않는 존재지... 그런 그가 죽었다면 실제로는 이미 거의 죽은 상태라고 봐야겠지. 도리어 그를 호적수로 인정해주고 우리를 맡아준 너에 대해선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아가씨..."

"앞으로도 잘 부탁해 가족으로서"

"네, 아가씨-"

메이링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문앞에서 문지기의 책무를 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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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동인을 보면서 좀체 메이링의 과거사정은 그다지 없기에 한번 써봤습니다.

지인에게서 설정차용한 것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즐겁게 봐주시길

by 히무라 | 2011/09/25 20:46 | SS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동방x???]동방종말극 - 대소환과 비극의 무녀 -

※주의

전 동방 안티가 아니라 팬이지만 일단 떠올라 버린건 어쩔 수 없이 써야 직성이 풀리는 관계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만약 종말이라던가 사람이 죽어나간다던가 아니면 비극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조용히 벡스페이스를 눌러주십시오.
보고나서 후회하시거나 하는건 책임지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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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무라 | 2011/09/09 10:27 | SS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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