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문지기의 과거사정

"언제나 고맙습니다 이쿠씨"

"뭘요 용궁의 사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니까요"

이쿠에게 편지를 받은 메이링은 그 편지를 품속에 넣으며 이쿠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난 수백년간 집에 연락하지 못했지만 얼마전 있었던 천인 이변을 통해 만나게 된 나가에 이쿠를 통해 가족들에게 연락을 넣을 수 있게 된 탓이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이쿠씨를 만나서. 아무리 독립한 요괴라지만 200년 동안 가족들에게 안부조차 전하지 못한건 아쉬웠으니까요"

웃으면서 말하는 메이링. 그녀로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200년간 환상향에 머문것이 여러모로 마음에 걸렸었다. 하지만 이렇게나마 가족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로서도 메이링은 좋았다.

"저기... 그것때문입니다만. 슬슬 돌아오시는게 어떻겠습니까?"

"네?"

갑작스런 이쿠의 말에 메이링은 놀란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메이링의 표정을 본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당신이 이곳 환상향에 머문지 200년. 어르신도 한시라도 빨리 돌아오길 바라십니다. 뭐니뭐니해도 당신은..."

"으음... 곤란한걸요"

"아가씨!"

"전 그저 홍마관의 문지기일 뿐이랍니다."

메이링은 이쿠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표정을 본 이쿠는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돌려 하늘로 날아올랐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린 이야기는 자세히 생각해 보시길..."

다음을 기약하며 사라지는 이쿠를 보며 메이링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가에 이쿠를 만났을때부터 그 말이 나올것이라 생각했지만 설마 벌써 나올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자신의 공백이 컸던 것일까? 아니면...

"뭐 생각해봐야 별 수 없나?"

자신의 지금 신분은 문지기. 그렇다면 문지기 신분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직은 레밀리아님과 플랑드르님이 걱정되고..."


메이링은 그렇게 말하며 홍마관 정원의 꽃을 다듬기 시작했다. 과거의 일을 살짝 떠올리며...



"에, 그러니까 여기로 가면 홍마관이란거네."

간만에 환상향으로 내려온 히나나위 텐시는 하쿠레이 신사에 잠깐 들린 후 환상향의 명소들을 살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심심하기 짝이 없는 천계보다는 환상향쪽이 백배천배 나았다.

"그분이 있었다면 천계도 지금보단 훨씬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300년전, 히나나위 치코였던 자신이 막 천인이 되어 히나나위 텐시란 이름을 받았을 당시의 일이었다. 수행자도 아니고 가문의 공덕으로 인해 본의아니게 천인이 된 그녀는 지상인인채로 천인이 되어버린 탓에 천인들의 지루한 생활에 적응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수련으로 천인이 된 이들의 멸시의 시선도 있었으니 어린 히나나위 텐시가 그러한 것을 견딘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였다. 그러한때 히나나위 텐시를 지탱해준 이가 있었으니...

천상에서도 고귀한 존재인 용신님의 자제이자 천인들 사이에서도 고귀한 존재인 용신희 진 미령이었다.

비록 20년 남짓한 시간동안 함께했지만 그녀덕분에 텐시는 그녀와 헤어진 뒤 280년간을 견디며 지금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어디계시려나... 200년 전쯤부터는 행방불명이시라던데..."

용신님의 명에 따라 세상을 떠돌던 그녀가 사라진지 200년. 처음에는 무척이나 슬퍼했지만 누군가에게 당할만한 존재는 아니었기에 이 하늘아래 어딘가에 있을거라 믿으며 현재를 즐기고 있었다.

"저기가 홍마관인가?"

홍마관을 향해 날아가던 텐시는 저 멀리서 보이는 붉은빛의 성을 보며 한층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문 근처에 착지한 히나나위 텐시는 이곳 홍마관의 명물 중 하나인 홍마관의 문지기를 찾기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기웃거렸다.

"이상하다... 언제나 여기 있다고 들었는데?"

문지기가 보이지 않자 히나나위 텐시는 강제로 침입할까란 생각도 들었다. 괜히 망나니 천인이라 불리는게 아니다. 물론 그건 가족들도 다들 듣는 소리지만 말이다.

"안나오면 쳐들어..."

"저기, 홍마관엔 무슨 볼일이신가요?"

"히익!?"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텐시. 사실 누구라도 갑작스럽게 뒤에서, 그것도 지근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면 놀랄 수밖에 없다.

놀란 텐시는 너무 놀란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았고 홍마관의 명물 문지기 홍 메이링은 그런 텐시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손을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놀래키려던건 아니었는데..."

반짝이는 햇살속에서 홍 메이링을 올려다보던 텐시는 문득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피보다는 마치 노을과도 같은 붉은 머리카락, 단련됐지만 상냥한 손길... 그 순간 깨달았다 2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그분이란 것을.

"미령님?"

"네...?"

"미령님이시죠? 진미령님이 맞으시죠?"

난데 없이 튀어나온 '옛 이름'에 당황한 메이링은 당황하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녀가 누군지에 대해서...

"텐시양?"

"역시 미령님?"

"무슨 일이야 메이링?"

테라스에서 부터 들려오는 주인, 레밀리아 스칼렛의 목소리에 메이링은 반사적으로 텐시를 기절시키기 위해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여느때보다 강한 진각을 밟으며 지근거리에서부터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에 얻어맞은 텐시는 그대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호수 저편으로 날려져버렸다.

이때 메이링이 쓴 기술은 『촌격』삼극일촌붕. 지난 난리때도 쓰지않은 비기중 하나였다.

"침입자라도 온거야? 너무 요란한데..."

어느새 내려온 주인 레밀리아의 물음에 메이링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주인에게 말했다.

"아니 그게 요즘 말썽꾼으로 이름난 히나나위 텐시가 찾아와서 저도 모르게..."

"뭐 그녀석이 일을 크게 벌리긴 벌렸지만서도. 너무 심한거 아냐? 요즘은 얌전하게 탄막놀이나 하거나 관광다니잖아"

"좀 그렇긴 하죠?"

"저 녀석 네 방에 눕혀놔. 그리고 깨어나면 적당히 구경시킨 후에 돌려보내. 아무래도 우리집을 구경하러온듯 하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아가씨."

메이링은 레밀리아의 말에 재빨리 날려간 텐시를 건져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으음..."

"정신 차렸어?"

일어난 히나나위 텐시는 아픈몸을 일으키며 메이링을 향해 외쳤다.

"너무해요 미령님! 어쨰서...!!"

"미안미안, 여기에서의 난 용신의 딸이 아닌 평범한 문지기 요괴니까 말이야."

"그럴 순 없어요. 저에게 있어선 언제나..."

"진정해 진정해."

열을 올리는 그녀를 보며 당황하는 메이링, 300년전 천계에 있었을 당시에도 자신에게 의존하는 느낌을 받은 그녀였지만 설마 이정도일줄은 몰랐었다.

"언제부터 환상향에 계셨던거죠?"

"홍마관이 환상향에 왔을때 부터니... 한 200년쯤이려나?"

"200년..."

인간의 입장에서보면 엄청 긴 세월이지만 요괴며 천인인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몇년정도의 텀같은 느낌이었다.

"확실히 200년전이면 미령..."

"메이링이라고 해줘"

"메이링님께서 용신님의 명을 받아 서쪽을 돌아다니실때쯤인게..."

"그렇지. 그때 서쪽의 신님으로 부터 받은 부탁이 있어서 말이야."

메이링의 기억은 어느새 과거로 향해 있었다.



아버지인 용신의 부탁으로 동과 서의 경계로 향한 메이링은 도망친 뱀파이어의 집사를 처리해 달라는 서쪽신의 부탁에 의해 태양이 한가득 내리쬐는 열사의 사막을 헤메고 있었다.

"무지 더운걸... 이럴 줄 알았으면 보패 몇개 들고 올걸 그랬나?"

평소 단련을 위해 맨몸으로 다니는 메이링인 만큼 외부변화에는 비교적 취약한 편이었다. 뭐, 비교적 인데다가 자신의 능력인 기를 다루는 능력을 사용하면 별 문제 없기는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열사의 사막을 헤메는 것은 심하게 고역이였다.

"이럴때보면 선맥이라던가 선술도 좀 단련시켜두는게 좋으려나?"

무예를 익히느라 술법을 등한시 온 메이링은 이번 일을 계기로 술법에 대한 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메이링은 넓게 펼쳐둔 기감에 뭔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한낮에 건조하기 짝이없는 사막임에도 불구하고 음습하고 축축하기 짝이 없는 죽음의 기운을 지닌 존재의 느낌. 그것을 느낀 메이링은 전신의 기를 활성화 시키며 그대로 뛰어올랐다. 상대는 뱀파이어중에서도 가장 이름높은 드라큘라의 집사. 상대가 어떠한 요괴인지는 몰라도 분명 막대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만큼 메이링으로서도 초장부터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채광난무!!!"

메이링의 외침과 함께 쏟아지는 빛의 향연. 그 빛은 무척이나 무시무시한 속도로 망토를 걸친 존재를 향해 쏟아졌다. 칠흑과도 같은 망토를 걸친 '그것'은 해골의 낫을 꺼내들더니 그대로 쏟아지는 빛을 갈라버렸다.

"뭐?"

자신의 채광난무가 가볍게 갈라진 것에 놀란 메이링. 하지만 백전노장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라장을 거친 그녀가 그정도에 놀랄 이유는 없었다. 재빨리 공중에서 자세를 바꾼 메이링은 그대로 검은 망토를 걸친이를 향해 쌍장을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막대한 기가 유동하며 쌍장에서 쏟아졌다.

"파산포!"

이름 그대로 막대한 거력을 발하는 메이링의 장력에 뛰어오른 검은 망토의 존재는 비산하는 사류를 타고 달려와 메이링을 행해 낫을 휘둘렀다. 순간 낫에서 생긴 무지막지한 무지막지한 충격파.

"이런...!"

아까의 파산포보다도 더한 총격을 맞딱들인 메이링은 일전에 만난 노사에게서 배운 수형태극권으로 충격을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충격의 밀도가 너무나도 높았던 탓에 채 해소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쳐박혀 버렸다.

"제법이잖아.... 랄까 강한걸"

역시 드라큘라의 집사 답달까? 메이링은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갈라버린 상대를 보며 기파가 아닌 육탄전으로 가는 쪽이 자신에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곧장 행동으로 이었다.

"타핫!"

진각을 밟으며 돌진하는 메이링은 막 착지하던 상대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물론 상대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기에 곧장 반격이 들어왔지만 메이링은 제공권을 통해 낫을 빗겨낸 뒤 그대로 파고들어 붕권을 먹였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치솟는 모래, 메이링은 붕권이 들어가기 무섭게 연계 기술을 사용했다. 무섭게 쏟아지는 손발이 상대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으나 뭔가 이상하다 느낀 메이링은 재빨리 물러서며 자신이 공격하던 대상을 살폈다.

"놓쳤나..."

지금까지 자신이 공격했던 것은 너덜너덜하기 짝이없는 망토. 그것을 걸치고 있던 존재는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자신의 공격에서 부터 도망친 존재에 대한 감탄과 경악이 뒤섞여 잠시 멍하게 있던 그녀는 문득 목에서 느껴지는 서슬한 기운에 눈동자를 아래로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는 서슬 퍼런 대낫의 날을...

"우왓!!"

재빨리 몸을 젖혀 피한 메이링은 발끝을 낫에 걸고 재빨리 발을 차 낫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낫 위로 올라선 메이링은 그 낫을 들고 있는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서쪽에 있는 동화중 하나인 장화신은 고양이. 거기에 나오는 고양이 같이 옷을 입으며 두발로 걷고 말도 하는 고양이가 입에 낫을 물고 손에 대낫을 든채 메이링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도 백작님을 노리는 자들 중 한명입니까?"

"일단은 그렇게 되는건가... 나도 부탁을 받은 거라서 말이야."

"그렇군요. 동방의 존재가 저희를 노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미안하군!"

그 말과 함께 낫 위에서 회전하기 시작하는 메이링, 맹렬한 회전과 함께 쏟아지는 무지개빛 광탄은 척 보기에도 무척이나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재빨리 낫을 빼며 균형을 무너뜨리려 한 고양이. 하지만 그 시도가 무색하게 메이링은 진각으로 대낫의 날을 박살낸 메이링은 회전력을 통해 고양이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빡-

아까와는 다르게 채 피하지 못한 고양이는 그대로 낫을 놓은채 날려져버렸다. 사구에 쳐박혀 버린 고양이는 입에 물고 있던 낫을 손에 고쳐쥐고 날렵하게 뛰어올랐다.

아까 대낫을 사용할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 그런 상대를 향해 메이링은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날렸다.



"채광연화장!!!"

결과적으로만 말하자면 둘의 싸움은 메이링이 승리했다. 그녀가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도 움직이는 껄끄러웠지만 사신에게 허용된 죽음의 권능까지 사용하니 껄끄러움은 배 이상이었다. 결국 이기긴 했지만 그것을 위해 소모된 힘은 지난 50년간의 적공을 날려버릴 만큼 엄청났다.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

자신이 만난 몇 되지 않는 강적. 그런이를 이름도 모른채 떠나보내기는 싫었다.

"이름 입니까... 이름이라 할만한건 없지만 굳이 붙이자면 캣 더 데스라고 할 수 있겠군요..."

"캣 더 데스라... 그 이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것보다도... 저를 강적이라 생각해주신다면 제 부탁하나 들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어떤..."

"부디 환상향에 가신 아가씨들 만큼은.... 두분은..."

그 작은 고양이 손을 떨구며 숨을 거둔 드라큘라의 집사 캣 더 데스를 보며 메이링은 그의 눈을 감겼다. 그가 부탁한 것은 아마도 환상향으로 간 드라큘라의 딸들에 대한 잠재적인 보호... 모른척이리라.

"환상향인가..."

아버지인 용신이 창조한 소외된 자들의 세계. 이 세상에 잊혀진 이들을 받아들이는 세계. 그리고 자신이 한번도 보지 못한 세계.

"한번 가볼까..."

그렇게 메이링은 환상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거이거, 그 변덕쟁이 용신의 딸이 이곳에 올 줄이야. 의외네요"

"뭐, 아버지의 변덕은 내가 대신 사과하도록 하지."

환상향으로 간 메이링은 이곳의 관리자 중 한명이라 할 수 있는 경계의 요괴이며 요괴 현자라 불리는 야쿠모 유카리에게 적의도 호의도 아닌 불쾌함이 가득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원인은 다름아닌 자신의 아버지인 용신의 변덕으로 인해 결계가 심히 흔들렸던 탓이었다. 아버지라지만 그 변덕은 좋지않게 보고 있던 그녀였던 만큼 사과는 즉각적으로 이어졌다.

"아뇨. 당신이 사과할 일은 아닙니다만... 용신의 딸께서 이곳에는 어쩐 일로?"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환상향을 한번 둘러보고자 왔습니다."

'사실은 캣 더 데스씨가 말한 흡혈귀 자매를 찾으러 왔지만서도...'

본심은 말하지 않은채 표면적인 이유만 말하는 메이링, 하지만 사실 이곳을 둘러보고 싶은 것도 맞긴 하기 때문에 완전 거짓말도 아니었다.

"그럼 안내라도?"

"아뇨. 모처럼이니 스스로 둘러보고 싶습니다만... 안될까요?"

"아뇨 그러시다면야..."

야쿠모 유카리의 허락을 얻은 메이링은 하늘로 날아오르며 환상향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인간마을에 들러 수소문을 하고 요정의 숲을 들리고 요괴의 산을 헤메며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는 일주일.

결국 마을의 글선생인 케이네와 지주인 히노에다 아큐에게서 요정의 숲 너머에 있는 안개의 호수에 존재하는 붉은 성에 대해서 듣게된 메이링은 곧장 그 장소로 향했다.

들어가기 전 평범한 요괴로 자신을 '봉인'한 그녀는 거대하기 짝이 없는 홍마관의 문 앞에 들어서며 조심스럽게 외쳤다.

"계십니까? 집사의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만..."

쾅-!

메이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려오는 폭발음, 그리고 그 폭발음과 함께 힘겹게 걸어나오는 너덜너덜한 악마. 그녀는 메이링을 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처음 뵙겠습니다. 현재 임시로 홍마관을 맡고 있는 소악마라고합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무사수행으로 떠돌아다니고 있는 떠돌이 요괴 홍 메이링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가명을 밝힌 메이링은 엉망진창인 저택을 보며 식은 땀을 흘리며 물었다.

"저기 죄송합니다 소악마씨. 이 난장판은 대체..."

"처음 오신분께 못볼 꼴을 보여드렸네요. 저희쪽에서 고용한 요정메이드들이 난리를 피워서..."

요정이란 참 제멋대로인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들을 메이드로 쓸 생각을 하다니... 인력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난리통에서 목숨과 성을 건진것이 참으로 용하지만 말이다.

"아뇨... 이곳의 주인이신... '아가씨'를 뵐 수 있을까요?"

"아가씨 입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고개를 숙인 소악마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그 난장판을 헤치며 '아가씨'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아까보다 더 엉망진창의 옷차림으로 나온 소악마는 메이링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소악마를 따라 홍마관으로 들어간 메이링은 이래저래 다투고 있는 요정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난장판이니 소악마의 복색이 엉망진창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십수개의 난장판을 거친 소악마와 메이링은 여느 방과는 분위기가 다른 방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깁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정중하게 문을 여는 메이링. 문을 여니 눈 앞에 보이는것은 광활한 광장과 옥좌에 앉아있는 12살 정도의 어린아이로 보이는 소녀였다. 은은한 붉은빛이 감도는 새하얀 백의에 보랏빛 머리카락, 그리고 선혈보다도 붉은 눈동자를 본 메이링은 이보다도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해버렸다.

메이링이 그녀를 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동안 그 앵두같은 작달만한 입에서 미성이 울려퍼졌다.

"그래, 나의 집사에 대한 소식을 가지고 왔다고?"

"아... 네, 캣 더 데스씨에 대한..."

"고양이집사님이?"

"네..."

자신이 죽인 고양이 집사. 캣 더 데스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말한 메이링, 그런 메이링의 말을 들은 아가씨, 레밀리아 스칼렛은 자리에서 일어나 메이링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알려줘서 고맙군.... 주인으로서 사례를 하고 싶다만..."

미미하게 떨리는 목소리 그것은 분명 동요... 아니 슬퍼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드라큘라의 딸이라 강하게 커왔다지만 가족이 죽는것 마저 덤덤히 넘어갈 정도는 아니란 의미기도 했다. 게다가 성에서 함께 살던 가족들이 죽었으니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처음엔 소식만 전해주려고 했던 메이링은 순간 생각했다. 이대로 가도 되는가? 이대로 이렇게 슬퍼하는 소녀를 홀로 둬도 되는가... 그리고 결심했다.

"저를 이 저택에서 일하게 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뭐?"

"전 여태까지 한평생을 떠돌이 요괴로 살아온지라 슬슬 정착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 그런 이유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너무나도 선선히 받아들인 자신의 주인 레밀리아 스칼렛을 보며 메이링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이것이 홍마관의 주인 레밀리아 스칼렛과 문지기 요괴 홍 메이링의 첫 만남이었다.



"뭐, 이렇게 된 이야기야"

"그렇군요..."

"그때부터 내가 일단 정리하고 얼마전에 사쿠야씨를 영입하면서 확립된게 현재의 홍마관이란거지"

"그걸로 좋은건가요?"

"뭐...?"

"한 순간의 자책감으로..."

"자책감 같은게 아니야. 뭐 처음엔 그럴지도 모르지만... 다들 소중한 가족이니까"

"그런건가요..."

이런 사람이었다. 진미령... 아니 홍 메이링이란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근처에 있는 모든 이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존재. 그런 존재니까 이토록 마음을 열고 있는 것이지만...

"아참 텐시양, 홍마관 구경할래?"

"네!"

그날 히나나위 텐시는 동경하는 홍 메이링과 함께 충분히 홍마관을 즐겼다.



"아, 지친다."

히나나위 텐시를 배웅한 메이링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붉은 석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 이야기 들으셨죠 아가씨?"

메이링 몰래 문 뒤에서 기대고 있던 레밀리아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전부..."

"원망스러우신가요?"

"진실을 말하지 않은것에 대해서라면 응, 캣 더 데스에 대한 거라면 아니."

"어째서인가요?"

"캣 더 데스는 본래 사신이야. 보통으론 몸을 박살내도 죽지 않는 존재지... 그런 그가 죽었다면 실제로는 이미 거의 죽은 상태라고 봐야겠지. 도리어 그를 호적수로 인정해주고 우리를 맡아준 너에 대해선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아가씨..."

"앞으로도 잘 부탁해 가족으로서"

"네, 아가씨-"

메이링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문앞에서 문지기의 책무를 다하기 시작했다.

=====================

동방 동인을 보면서 좀체 메이링의 과거사정은 그다지 없기에 한번 써봤습니다.

지인에게서 설정차용한 것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즐겁게 봐주시길

by 히무라 | 2011/09/25 20:46 | SS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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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삼원색-EV at 2011/09/25 21:02
메이린은 과거가 나오면 용과 관련된 글이 많죠.
Commented by 히무라 at 2011/09/25 21:38
역시 이마의 별에 있는 龍때문인지도
Commented by Yusaku at 2011/09/25 21:46
옛날에 봤던 스칼렛 데빌이었던가 하는 제목의 동인지가 은근히 떠오르는군요.

거기서도 꽤나 간지였는데.
Commented by 히무라 at 2011/09/25 21:57
메이링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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