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추락한의 발키리

"리아나 유렌스라고 했던가? 제법이구나."
"큭...!"

이제 14~16정도 남짓해 보이는 소녀의 말에 리아나 유렌스는 치욕으로 물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보다 한참 어린 소녀에게 완전히 패배해 버린 탓이었다. 임페리얼 발키리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인 프레이어 모드를 발동하고서도 소녀에게 입힌 상처는 팔의 자상 정도뿐, 그나마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치유되는 그녀를 보며 리아나는 자신이 지닌 힘에 대한 회의감과 굴욕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단련해온 힘이 고작 어린아이 하나 어쩌지 못한다고 하면 누가 허탈하지 않을 것인가?

"역시 오랜만에 세상나들이가 좋긴 좋구나. 이렇게 전도 유망한 젊은이도 만나고"
"전도... 유망한... 젊은이?"

소녀의 말에 리아나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나이 25, 임페리얼 발키리 중에서도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하고 또 동안이긴 하지만 저러한 어린애에게서 젊은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어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젊은이라니? 그러한 리아나의 의문은 한 존재의 등장으로 풀리게 되었다.

"외유가 지나치십니다 폐하."

어느새 나타난 거구의 존재는 그렇게 말하며 소녀를 향해 부복했다. 소녀를 향해 부복한 거구는 늑대인간, 메라나스 왕국에선 결코 볼 수 없는 아인으로서 태어나서부터 인간과 동일한 지능을 지니고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능력을 지닌 존재였다. 하지만 그 수가 전세계를 다 뒤져도 10만이 채 못되었기에 결국은 인간들에게 밀려 극동의 오지나 제국으로 떠난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늑대인간이 지금 리아나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놀란것은 그것때문만이 아니었다. 늑대인간이 걸치고 있는 예장, 칠흑의 어둠을 연상시키는 검은옷과 108개의 별중 하나를 상징하는 루비로 된 문양. 바로 제국의 황제 직속 특무대(特務隊) 예니체리를 상징하는 복장이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폐하라 호칭하는 존재는 오로지 한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약 300년전 '제국'을 만들고 현재까지 통치해온 '황제'밖에는 말이다.

"벌써 그리 된 것인가? 이번 유람은 꽤나 짧구나."
"폐하께서 천영에게 명하신것 때문에 신성 연맹에서 도발을 감행하고 있어서..."
"고작 낙서때문에 도발이라니 역시 늙은 것들은 꼬장꼬장하기 그지없구나."
'폐하께서 너무 심하신겁니다!'

소녀가 천웅성에게 명한것은 신성연맹 수도 외성에 낙서. 사실 고작 그것뿐이냐고 해도 할말은 없지만 그 순백의 외성은 신성연맹의 상징이나 다름 없었기에 신성연맹으로서도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을 말할만큼 담량이 크지 못한 늑대인간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아쉽구나 의회에서 이런 도발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 말이야."
"그들은 폐하의 능력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야 그렇지만서도 말이지. 20혈족중에서도 최고로 우수한자들만 모인 의회가 고작 이런 도발하나 혼자서 어쩌지 못한다는것이 실로 한탄스럽구나."
"화... 황제가 어째서?"

리아나의 말에 황제라 불린 소녀는 흑선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유람이니라, 황제란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있다보면 세상이 그리워지기 때문에."
"그런..."
"그래도 이번 유람은 꽤나 유익했느니라. 자네같이 전도유망한 전사도 만나고. 자네와의 싸움은 꽤나 즐거웠느니라. 가자 천속"
"예, 폐하"

천속이라 불린 늑대인간은 황제를 자신의 어깨에 앉게 하고는 맹렬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왠만한 랜드워커를 훨씬 상회하는 속도로 사라져버린 늑대인간과 황제의 뒷모습을 보며 리아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즐거웠다고? 내 전력을 다한 공격이 고작 즐거웠다고?"

분노와 한탄이 뒤섞인 떨림,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 황제의 뒷모습을 쫓는 리아나의 눈동자 속에서 무엇인가가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무사해서 다행이야 리아나."
"다행이라고요? 전 그 꼬마에게 완전히 농락당했다고요!"

리아나는 언니라 할 수 있는 임페리얼 발키리대 대장인 미엘 솔레이유의 말에 격한 반응을 드러냈다. 보통때라면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나 자신의 힘에 대한 부족함과 무력감을 느낀 탓에 진정을 하지 못한채 흥분하고 있었다. 그것을 어느정도 이해하는지라 미엘은 따로 지적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제국의 황제는 그야말로 초월적인 존재야. 사실 그녀에게 있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필수적인 최소한의 행동을 제외하고 그녀의 모든 행동은 철저히 흥미위주지."
"그걸 어떻게 아시는거죠?"
"나도 그녀를 만난적이 있으니까 말이야. 10년전에. 그때도 너처럼 정말 압도적으로 깨졌지."

미엘의 고백에 이리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두번이 아니야, 아마 적어도 십수번은 그랬겠지."
"그런데도 그걸 가만두고 있단 말입니까?"
"어떻게 할건데?"
"네?"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어. 너도 겪었다시피 임페리얼 발키리 조차도 단신의 무력으로는 황제에게 닿지 않아, 게다가 합공한다 쳐도 신출귀몰한 그 황제가 어디있는지 알고 할거지?"
"그건..."
"물론 제국 황궁에 쳐들어가면 되겠지만 그러면 당연히 양국간에 전면전- 제국의 다른 여단은 문제될게 없다해도 왈라키아 공국군과 황제직속 특무대 예니체리는 크나큰 장애물이지. 그런 녀석들을 뚫는다 해도 황제를 죽일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야. 황제 본인의 힘만해도 이미 상상을 초월하니까."
"..."

미엘의 말에 리아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황제의 강함을 직접 느낀 탓이었다. 무언의 긍정을 느낀 미엘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나마 상대를 죽이거나 큰 부상을 입히지 않으니까 그대로 보고 있는거야. 게다가 부정적인 효과만 있는게 아니거든. 황제랑 싸운 이들은 대부분 절치부심해서 힘을 기르게 되니까 말이지. 재능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오만하거든. 하늘위에 하늘을 보지못하면 자기가 제일 잘난줄 알지. 나도 그랬고 말이야."
"그렇다 해도..."
"제국의 황제는 일종의 자연재해 같은 존재야. 그것도 아주 강도약한. 지진이나 강풍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땅이나 바람에 복수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

그러한 미엘의 말에 그녀는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엘은 자신의 후배이자 부하인 리아나가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들었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녀는 갑작스럽게 느껴진 불안감에 오한을 느꼈다. 그리고 리아나가 이대로 끝내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힘이 필요해... 그 황제조차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미엘의 말에 납득은 하면서도 수긍을 하지못한 리아나는 강해지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일단 수련으로 강해진다는 아주 전통적이고 정석적인 선택지가 있었지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자만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리아나는 이미 자신의 나이대에 있어서 자신이 지난바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실제로 미엘이나 일부 지휘관급 임페리얼 발키리를 제외한 다른 임페리얼 발키리들로선 혼자서 리아나를 상대하는것은 무척이나 힘에 겨운 일이었다. 그런만큼 훈련으로 힘을 키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방법은 무장인데..."

하지만 사실상 이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미 임페리얼 발키리인 그녀에게 지급된 무장은 메라나스에서도 최상등급의 무장. 이 이상의 무장을 구하는 것은 천운이 닿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지. 있구나... '그것들이'"

리아나는 왕궁 금지에 있는 '그것'들에 대해서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누군가 말했던가? 결심한 날이야 말로 길일(吉日)이라고.




리아나를 보내고 4시간, 늦게까지 서류정리를 하고 있던 미엘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폭음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밖에 나서기도 전에 어느새 도착한 전령이 미엘을 향해 보고했다.

"미엘 대장님"
"무슨 일이냐? 이 소란은 대체..."
"리아나님이 금지에서 5대 병기중 하나인 '궁그닐'을 탈취해서 도주중입니다."
"뭐?!"

불길함의 원인은 이것 때문이었을까? 에밀은 아까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것을 이라며 후회했으나 상황이 상황이니 후회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발키리 5대 병기라면 그만큼 막중한 사항이었던 탓이었다.

"폐하께선?"
"무사하십니다. 하지만 이번일로 대노하셨는지 리아나님이 저항할경우 토벌해도 좋다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바보같은 것... '브류나크'의 사용 허가는?"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폐하께서 바로 사용하라 하셨습니다."
"알았다."

전령의 말에 미엘은 자신의 집무실 벽에 숨겨진 비밀 장소에서 거무튀튀한 칠흑의 돌격창을 꺼낸 후 나노머신을 전개해 갑주를 둘렀다. 갑주를 두르기 무섭게 거무튀튀한 돌격창이 이에 반응하듯 몇가닥의 선에서 칠색의 영롱한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그 영롱한 빛은 패여있는 선을 따라 돌격창 전신에 감돌았다.

"미엘 솔레이유. 간다!"

발키리대의 대장이자 임페리얼 발키리의 최강자인 '자색의 용살자' 미엘 솔레이유는 현란하게 빛나기 시작한 마창 브류나크를 들고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말도 안돼!"

리아나를 제압하러 온 선임 임페리얼 발키리는 눈앞에 보이는 참상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발키리 5대 병기를 탈환했다지만 그녀와 실력이 비슷한 임페리얼 발키리가 3명, 그리고 그 이외에도 대기중이던 발키리 50명이 나섰기에 충분히 제압가능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정작 나온 결과는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궁그닐의 일격에 40명에 달하는 발키리가 단번에 전투불능 상태가 되어버린 탓이었다. 그나마도 그녀의 손대중이 없었다면 그 발키리들은 일격에 전멸당했을 것이 분명했을것이다. 그리고 패닉상황에서 이어진 근접전. 아무리 패닉상태였다지만 순식간에 임페리얼 발키리를 비롯한 남은 10명의 발키리를 이전과는 다룬 수준의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제압한 그녀는 지금 놀라고 있는 단 한명의 임페리얼 발키리를 남겨두고 있었다.

"큭-!"
"죽이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거동은 힘들겁니다."

그렇게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하며 궁그닐을 휘두르는 리아나. 그 순간 리아나는 문득 느껴지는 위험신호에 재빨리 잡고있던 선임을 던진채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직후 일어난 공간의 뒤틀림. 국지적인 공간왜곡이었다. 만약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면 공간의 뒤틀림에 의해 사진의 뼈가 부러졌으리라. 그나마 그정도로 끝나는 것도 그 뒤틀림을 사용한 이의 조절이 있었다는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메라나스 황궁의 구중 심처에서 이러한 공간의 뒤틀림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뿐이니까 말이다.

"대장... 인가?"
"잘도 이런일을 벌여줬구나. 내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말이야."

고저가 없지만 그렇기에 무서운 미엘의 말에 순간 리아나는 오싹함을 느꼈다. 평상시에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발키리대의 대장 미엘 솔레이유는 이러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정한 규칙에서 벗어날 경우 누구보다도 무서운 존재. 그것이 바로 미엘 솔레이유의 본질이었다.

"지금이라도 가져다 놓으면 가벼운 징계로 끝내주마."
"가져다 놓을겁니다. 황제를 쓰러뜨리면..."
"하아, 말을 못알아 들었구만. 하기사 말로 알아들을거면 이런일까지 벌이진 않았겠지."

미엘은 칠색빛을 발하는 칠흑의 돌격창을 리아나에게 겨누었다. 리아나에게 겨누어지기 무섭게 칠흑의 마창은 칠채(七彩)를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공간의 뒤틀림. 그것은 공간의 왜곡, 아니 공간의 폭발이었다.

"큭!"
"울어라 브류나크!"

약간의 뒤틀림을 전조로 해서 생기는 공간의 폭발, 급속도로 왜곡되고 급속도로 복원되는 공간에 의해서 생기는 폭발은 무척이나 위험했다. 만약 신체 일부가 약간이라도 걸린다면 그대로 사지중 하나가 날아가 버리는것은 겪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궁그닐!!"

리아나의 외침에 날개와 창에 붙어있던 십수개의 작은 창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엄청난 속도로, 그리고 기기묘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미엘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미엘은 무척이나 빠르고 유려한 움직임으로 작은 창들을 피하며 리아나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 순간 리아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창대를 미엘에게 겨누었다. 그리고 창날에서부터 쏘아지는 푸른 섬광- 궁그닐의 하전입자포가 미엘을 향해 쏘아졌다. 물론 그것을 가볍게 피한 그녀였지만 리아나는 미엘이 회피한 것을 보고도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 미소에서 불길함을 느낀 미엘은 문득 뒤쪽에서 느껴지는 위험성에 재빨리 몸을 틀었다. 그리고 배리어를 관통하는 푸른섬광, 아까 전 자신이 피한 궁그닐의 하전입자포였다.

"이건?"
"궁그닐이 발키리 5대병기인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 특성까진 몰랐나 보네요 대장."

어느새 하늘에 가득한 파란 빛줄기의 향연. 쏘아진 하전입자포가 작은 창들에 의해 난반사 되면서 하나의 결계를 이루게 된 것이었다.

"이것은?"
"하전입자포의 난반사 결계. 부술 수 있으면 부숴보라고요!"

거미줄처럼 엄밀히 짜여진 푸른 섬광의 결계를 보며 미엘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 엄밀하기 짝이 없는 푸른 빛의 향연을 어떻게 돌파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설령 궁그닐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제 막 궁그닐을 잡게 된 리아나도 마찬가지, 게다가 미엘은 자신의 파트너인 브류나크를 믿었다.

"넬 캘러미티 슈발츠 슈테른"

미엘이 창을 휘두르기 무섭게 아홉개의 왜곡이 생겨나 푸른 섬광의 그물에 듬성듬성 구멍을 냈다. 공간왜곡에 의해서 마창의 섬광이 휘어진 것이었다.

"뭐?"
"같은 5대 병기라도 사람의 기량에 따라 틀리단다 리아나"

이제 막 궁그닐을 손에 넣은 리아나, 그리고 십여년 전부터 브류나크를 다뤄온 미엘. 같은 5대 병기라 할 지라도 얼마나 손에 익었는가, 그리고 얼마나 그 무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에 따라 그 성능은 무척이나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미엘 솔레이유는 누구부다도 브류나크에 대해서 잘 알고 잘 다룰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아무리 강한 무기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무용지물이지. 자, 순순히 돌아가자고 리아나."
"그럴순 없어요. 황제를 이기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네. 진짜 큰걸 한방 먹인 후 끌고 가는 수 밖엔…"

미엘이 창을 들어올리기 무섭게 그녀의 주위로 난기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공간 왜곡에 의한 와류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그 와류는 점점 줄어들고 난폭해 지며 브류나크의 주위를 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브류나크에는 난폭하고도 날카로운 회선풍이 돌격창을 휘감은 채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이리스 뷔벨!"

미엘의 외침과 함께 더욱 강한 빛을 발하는 브류나크, 이윽고 바람은 무지개의 빛을 더해 무지개빛 바람이 되어 리아나를 향해 쏘아졌다. 리아나는 궁그닐의 비창로 배리어를 쳐 브류나크의 와선왜곡장에 저항했으나 완성이 늦어진 탓에 와선왜곡장에 배리어는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고 리아나는 칠채의 회오리에 휘말려 왕성 근처에 흐르는 강에 빠졌다. 리아나가 강에 빠지기 무섭게 미엘은 겨우 버티고 있는 발키리들을 향해 명을 내렸다.

"2명은 전령으로 대기중인 다른 발키리들을 불러 동료들을 수습하고 다른 나머지는 리아나를 수색한다."
"옛!"

명을 내린 미엘은 재빨리 강을 향해 몸을 날렸다. 떠내려갈 리아나를 한시라도 빨리 찾기 위해서였다. 미엘은 물속에 뛰어들기 무섭게 떠내려가고 있는 리아나를 볼 수 있었다. 리아나를 잡으려 다가가던 미엘은 갑작스럽게 강 전체를 뒤덮는 전류에 공간폭발을 통해 다가오던 물을 비산시켰다. 배리어로 막을까 했지만 배리어로 막기에는 그 위력이 꽤 부담되었던 탓이었다. 일시적으로 강 자체를 갈라버릴 만한 폭발을 일으킨 미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뒤쫓아온 발키리들을 바라보았다.

"괜찮으십니까 대장님?"
"그래, 2개로 나눠서 제1대는 하류로 제2대는 상류부터 뒤져. 발견하더라도 함부로 접근하지 말고"
"옛-"

미엘은 다른 발키리들에게 명령을 내린 후 리아나를 찾아 다시한번 강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1주일에 걸친 수색에도 불구하고 결국 찾지못한 미엘과 발키리대는 하는수 없이 전국에 걸친 수배령만 내린 후 소수의 추격대를 결성해 뒤를 쫓게 만들었다.




1년 후 리디아제국 수도 플랑드르.

"여기가 제국의 황성인가?"

짙은 칠흑색 망토를 둘러쓴 여성은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는 새로운 역사이래 최대의 대국인 리디아 제국의 황성을 보며 기묘한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낮이지만 한산한거리... 아니 '낮이기에 한산한' 거리를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황성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여성은 정문의 수위들이 자신을 발견하기전에 근처 건물 그림자속으로 숨어들었다.

"저안에 황제가 있는건 확실하고."

며칠뒤에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공식행사가 있다. 아무리 제멋대로인 황제라지만 그것마저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
예니체리도 대부분 메라나스와 신성동맹쪽 국경에서 발생한 도발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그쪽으로 향한지라 경계병력은 거의 변동없다하더라도 실질적 경계의 질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이상태라면..."

여성은 뒤집어 쓰고있던 망토를 벗어던지며 몸안의 나노머신을 가동시켰다. 드러난 여성의 모습은 다름아닌 1년전 행방불명된 리아나 유렌스였다. 현재는 레지너스 전역을 비롯해 헌터들 사이에서 약 50억P(페니)이라는 천문학적인 현상금이 걸린상태였다. 1년전 그날 궁그닐을 금지에서 훔쳐낸 리아나는 3개월에 걸친 도피후 약 반년간 궁그닐이 익숙해지도록 특훈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를 보기 위해 3개월에 걸쳐 이곳 제국의 수도에 도달한 것이었다.

"프레이어 모드 개방, 궁그닐 발동개시-"

어느새 푸른빛 갑주를 슬레이프닐을 둘러쓴 리아나는 슬레이프닐의 비행모듈을 작동시키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재빨리 궁그닐을 발동시키며 황성을 향해 겨누며 외쳤다.

"슈테른 레젠-(별의 비)"

그리고 날아가는 16개의 작은 창, 그리고 그 창들을 경유해서 쏘아지는 푸른 섬광 그 광경은 마치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듯 무척이나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뒤이어진 파괴만 없었다면 말이다.

"뭐... 뭐야!"
"적습이다! 빨리 예니체리분들을...!"

갑작스런 하전입자포 세례로 인해 황궁 본성에 손상, 그리고 전각 일부 붕괴란 사태를 맞이한 황성은 곧장 비상사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첫번째 공격으로 인해 황궁이 혼란 상태에 빠지기 무섭게 그녀는 아음속의 속도로 날아 황궁으로 쳐들어갔다. 목표는 오로지 황제- 다른 이들과는 싸울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비켜비켜비켜!!"

16개의 비창(飛槍)과 궁그닐로 돌진하는 리아나, 병사들과 장교들로는 그러한 리아나의 돌진을 막을 수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 발키리에게서 발해지는 특유의 오러에 의해서 접근자체가 힘든게 먼저였지만 말이다.

"이대로면 황제까지 금방..."
"일까보냐!"
"뭐?!"

쾅-!

갑작스럽게 들려온 외침과 함께 들려오는 요란하기짝이없는 굉음. 그것은 리아나의 돌진을 막아선 무지막지한 참격과 리아나의 궁그닐의 돌진과 격돌에 의한 것이었다.

"큭-!"

결과는 돌진의 완벽한 파훼- 만약 돌진을 멈추고 비창을 전부 동원해 참격을 막지 않았다면 리아나는 방금 그 참격에 의해 두동강이 났을 것이었다.

"대낮부터 황궁에 침입자라니 배짱한번 두둑하군."
"아니 대낮이라서라고 생각하는데?"

모습을 드러낸 두명의 예니체리를 보며 리아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전력이 아니었다고는 해도 설마 자신의 돌격이 단 한명의 예니체리에 의해서 막힐 줄은 몰랐던 탓이었다.

"일단 자기소개부터 해볼까? 나는 천위성(天威星) 카케마루."
"천검성(天劍星) 백헌지라고 하지. 그대의 이름은?"

상대방이 저렇게 나오면 아무리 전(前)이라고 해도 기사인 리아나가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 발키리대 소속 임페리얼 발키리 돌격대장 리아나 유렌스."
"호오, 그 추락한 발키리 리아나인가... 나쁘지 않군."
"나부터 가지."
"뭐? 잠깐!"

천검의 말에 천위는 그를 제지하려했으나 이미 천검은 일보를 내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보로 어느새 리아나의 코앞까지 접근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리아나도 숙련된 기사. 이러한 단순한 공격을 막지 못할 이유따윈 없었다.

챙-

울려퍼지는 맑은 금속음. 그 직후 리아나는 16개의 비창을 이용해 천검 백헌지를 공격했다. 하지만 천검쪽도 만만치 않아서 어느새 꺼냈는지, 아니 어디에 지니고 있었는지 모를 9자루의 검을 꺼내 쏘아보내고 있었다.

"무한십전류(無限十全流) 십전검살진(十全劍殺陳) 검천우(劍天雨)"

쏘아보내진 9자루의 검은 16자루의 비창을 봉쇄했다. 정확히는 9개는 봉쇄하고 나머지7개는 움직일 방위를 제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7개의 비창은 무지막지한 속도의 찌르기로 무력화 시켰다.

"십전검살진 산산아(散散牙)"

순식간에 바닥에 나뒹굴게된 16자루의 비창을 보며 리아나는 일순간 이를 강하게 간 후 비창을 다시 모았다. 그리고 궁그닐을 앞에 두사람을 향해 겨누며 하전입자포의 발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정면으로 쏘아진 하전입자포. 그 위력은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한 위력을 보이며 통로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리아나는 자신했다. 이 일격이면 이 좁은 통로내에서는 피할 방도가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자만이었고 오만이었다. 아까 16개의 비창을 수월하게 막는 그의 기술을 보자면 이 공격을 막는다는 것도 상정하고 있어야만 했다.

"카게마루 인법. 만화경 투사!"
"이지스 전개!"

천위의 인법으로 하전입자포가 비산하고 여남은 위력은 천검이 지니고있던 이지스의 방패로 인해 상쇄되었다. 리아나는 내심 자신하고 있던 공격조차 어처구니없이 가볍게 막히자 허탈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적어도 예니체리 2~3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그건 좀 과한 자신감이었군."
"그럼 침입자에 대한 훈계를 내려볼까-"

[그만 멈추거라]

각자 자신의 무기를 고쳐쥐던 세사람은 갑작스럽게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행동을 멈추었다. 리아나는 이 목소리의 주인이 잊을 수 없는 존재였던 탓이고 천검성과 천위성은 절대로 거역할 수 없는 존재였던 탓이었다.

[그 아가씨를 모시고 와라.]
"폐하, 하지만...!"
[나의 손님이다.]
"옛"
"따라와라."
"..."

천검과 천위는 그렇게 대답하며 리아나를 데리고 황제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어지간한 실내 운동장 이상으로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공간 맨끝에 존재하는 것은 단 한명의 존재. 약 300년간 이 제국을 다스리고 이종족들을 이끌어 온 절대적인 존재인 황제.

"오랜만이군 아가씨, 그보다 인상이 좀 안좋구나"
"누구때문에 말이지"
"누구 앞이라고...!"
"그만두거라"

당장이라도 검을 뽑으려던 천검은 황제의 제지에 어쩔 수 없이 검을 집어넣어야만했다.

"나가 있거라 모두들. 지금부턴 나와 그녀의 독대이니라."
"하지만!"
"내가 당할거라 생각하느냐?"

황제의 말에 예니체리를 비롯한 근위병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서야만했다. 황궁에서 제일강한 이는 예니체리도 아니고 20혈족도 아닌 다름아닌 황제였던 탓이었다.

"자, 이제 우리 둘뿐이군."
"그렇네."
"공격하지 않을건가?"
"할거야. 전력으로!"

이 정도로 넓은 공간이면 전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한 공간. 리아나는 재빨리 16개의 비창을 산개시켰다. 그리고 각 창을 향해 하전입자포를 난사했다. 그리고 퍼지는 빛무리- 가장 처음 황궁을 혼란시킬때 사용한 공격인 슈테른 레젠이었다.

"호오, 확실히 피하기 곤란한 공격이구나."

피할곳조차 막는 절묘하기 짝이없는 빛의 세례. 이지스의 방패정도가 아니라면 저 하전입자포의 세례를 막는건 불가능하거나 힘들 것이었다. 황제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시공위상왜곡병기 DDD(dimension distortion device) - 000 아마테라스. 30%한정기동"

그리고 일순간 황제의 눈동자가 호박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시각 신성동맹 인접 국경지역.

아직 본격적인 전투라던가 도발이 발생하지 않은관계로 개인막사안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천영성 아드리안 언서튼 헤이즐은 일순간 가슴쪽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놀고 있던 탓인가 생각한 아드레앙은 바람이라도 쐴 겸 적진이나 정찰려 막사 밖으로 나섰다.
"갑자기 몸상태가 왜이런지 참... 간만에 사신이라도 온건가?"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서는 아드레앙, 하지만 이때까지만해도 그는 몰랐다. 자신의 몸안에 있는것에 대해서 말이다.




"뭣?!"

리아나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사실 믿을 수 없는게 당연했다. 왜냐하면... 맨손으로 공간을 잡아 뒤트는 일따윈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간만인 탓인가? 좀 마음대로 안되는걸"

황제는 자신의 뒤쪽에 크게 난 구멍을 보며 불만인듯 중얼거렸다. 구멍이난 벽은 다름아닌 공간 왜곡을 통해 빗겨져나간 하전입자포가 낸 것이었다. 본래는 그대로 모아둘 생각이었으나 간만에 사용하는 탓인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리아나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뭐야...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리아나는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는 것보다도 자신의 공격을 그렇게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막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은 리아나였다. 물론 공간왜곡병기를 사용해서 원거리에서 흘려낸다면 또 모를까 저런식으로 맨손으로 화살을 흘려내는듯한 방법은 듣도 보지도 못했다.

"뭐 공식적인 직함으로 말하자면 말이지, 이종족 제국 리디아의 황제지만 말이야. 비공식 직함으로 말하자면 퍼스트 블러드의 동생이자 약 4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류를 지켜봐온 '바라보는자'. 세컨드 블러드랄까? 뭐 이걸 아는 사람은 현재 거의 없지만 말이야."

황제는 미묘하게 슬픈듯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손을 쭉 뻗어 끌어당기듯 공간 자체를 잡아서 끌어당겨 리아나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큭!"

버티려던 리아나였지만 공간자체가 끌려가는데서야 버틸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리아나의 복부를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단순한 정권이었지만서도 당하는 리아나 입장에서 보자면 1년전 발키리대 대장인 미엘에게 당한 공간폭발보다도 더욱 위력적인 일격이었다.

"쿨럭-"
"비틀어 찌르기."

정권에 이은 비틀어 찌르기. 단순하지만 공간조차 뒤트는 황제의 힘이 실리니 그 위력은 리아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단번에 황성 외벽까지 날려지게 된 리아나. 그러한 리아나를 보며 황제는 적당히 치료하고 돌려보내거나 회유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저쪽이 먼저 찜한건가. 아쉽네."
"괜찮으십니까 폐하?!"

아까의 폭발음 때문일까? 황제에 의해 밖으로 나가있던 신료들과 병사들이 차례차례로 들어왔다. 들어오지 않은 예니체리들은 분명히 황제에 의해 외성에 처박힌 그 발키리 아가씨를 잡으러 간 것이리라.

"흑성전기(黑星戰騎)가 나서다니. 꽤 눈독들이고 있었나보군."

황제는 리아나에 대한 미련을 버리며 신료들에게 정리를 명했다. 그날 있었던 피해는 전각3개, 중상자 42명 경상자 182명으로 집계. 범인이 메라나스 출신의 발키였던 탓에 메라나스와의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었으나 황제의 전쟁은 없다라는 선언에 전쟁분위기는 그대로 흐지브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일부 과격파는 이 선언에 불만을 품고 반역을 준비하게 되었으나 이것은 조금 뒤의 이야기이다.




"정말인지 언니도 너무 부려먹는다니까."

엄청난 속도로 제국 황도를 벗어나고 있는 여인은 자신의 옆구리에 들려져있는 여성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예니체리를 뛰어넘은 흑성전기의 한사람이라지만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황도를 들어갔다 빠져나오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뭐, 황제씨만 조용히 넘어가준다면 이번엔 별일이 없겠지만서도."

여인은 허공을 박차며 음속이 넘는 속도로 황궁에서 벗어났다. 일순간 여인이 허공을 달리면서 생겨난 광풍이 대지를 휩쓸었으나 그것이 무엇에 의해 생긴건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날씨의 변덕이라 생각했다. 그녀의 이름은 홍미향. 전설적인 용병집단 흑성전기의 6번째 자매인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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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투척!!

본편에서 10년전쯤전 이야기입니다-.


ps.

황제:히무라여. 한가지 물어볼것이 있다만?
히무라:뭐?
황제:내 이름은 뭐지?
히무라:아... 음 그게... 까먹어버렸다.
황제:너무하지 않은가! 짐은 황제가 고유명사인 것인가!?
히무라:아니 그게... 정해는 둬는데 어디다가 뒀더라...
황제:일단 좀 맞고 얘기하자꾸나...
히무라:자.. 잠깐 황제님 주먹좀 들지마요! 아마테라스좀 기동시키지 마!!

by 히무라 | 2010/04/18 16:45 | after war Chronicles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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