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린증혈기]카린재회곡

"다녀오겠습니다!"
"잘갔다오렴."

언제나처럼 카논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챙기며 집을 나섰다. 클럽활동 때문인지 카논이 집을 나서는 시간은 꽤나 빨랐다. 특히 겨울만되면 아침해를 보기 힘들정도로 말이다. 물론 클럽활동 때문만은 아니었다. 해도 안보일만큼 일찍 나가야만 만날 수 있는 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안쥬언니."
"으... 응"

전신을 새까만 고딕풍의 옷으로 휘감은 인형같은 신비의 여인 안쥬. 카논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매일 해가 뜨기전에 집에서 나오고 있었다. 거의 매일같이 자신의 집 주변을 서성이는 이 여인을 보며 경계하기도 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담겨진 따스한 감정에 카논은 경계를 풀고 매일 그녀를 만나러 나왔다. 안쥬로서는 조금은 곤란했지만 그래도 이 감정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참, 안쥬언니. 오늘 부모님이 일가서 늦게오시는데 저희집에 오시지 않을래요?"
"괜찮을까..."
"네, 괜찮아요~!"

카논의 말에 안쥬는 조금 당황했다. 물론 관심이 없다면 거짓이지만 들어가기 상당히 미묘한지라 안쥬로서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그런 안쥬의 고민은 카논의 한마디에 곧바로 결정되고 말았다.

"그럼 결정된 거에요~ 아차 학교늦겠다. 그럼!"

막무가내인 카논의 결정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만 안쥬는 저멀리 사라져버린 카논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이름은 마아카 안쥬. 과거 마아카 카린을 언니로 두었던 흡혈귀다.

 


"어서 들어오세요."
"실례할께."

벌써 저녁 7시, 해는 이미 완전히 져버린지 오래였다. 안쥬를 이끌고 들어온 카논은 재빨리 저녁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안쥬는 천천히 자신의 언니인 카린이 살고 있는 집을 둘러보았다. 상당히 평범하지만 그래도 간간히 보이는 카린의 사진을 보면 무척이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듯 했다.

"평범한 미트 스파게티지만 충분하겠죠?"
"응."

어느새 요리를 끝낸 카논은 밥상을 펴고 자신이 만든 미트스파게티를 밥상에 놓았다. 안쥬는 앞치마를 한 카논의 모습을 보며 과거 자신을 위해 밥을 만들어 주던 언니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언니의 모습이...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라도?"

안쥬의 눈가에 글썽이는 눈물을 보며 카논이 물었다. 안쥬는 황급히 눈물을 닦아내며 카논에게 말했다.

"으응.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봐."

눈가를 닦아낸 안쥬는 카논과 함께 미트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인 안쥬에게는 인간의 미각이 없다. 그런고로 안쥬에게 있어 뭘 먹는다는 작업은 무미건조하고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자기 언니의 딸이 정성을 들여 만든걸 못먹는다 할수는 없었다.
식사를 끝내자 카논은 안쥬를 향해 물었다.

"안쥬씨는 왜 우리집 근처를 서성이고 있는 거에요?"

카논의 집접적인 물음에 안쥬는 자신도 모르게 마시고 있던 차를 뿜을 뻔했다. 정말인지 아빠도 엄마도 어느쪽도 닮지않은 이상한 아이였다. 어쨌든 자기 조카의 궁금증을 고모로서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물론 카논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내가 너희집 주위를 서성이는 이유라... 실은...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야."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응... 실은 언니를 만나기 위해서 이곳에 왔는데... 망설여져..."
"응? 무엇때문에?"
"실은...."
"카논, 있니?"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과거 자신이 신세를 졌던 인간남자 우스이 켄타였다.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보고만 안쥬는 정확히 그와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우스이는 뚫어져라 안쥬를 쳐다보다가 놀라며 외쳤다.

"아앗?! 너는!!!!"
"아빠, 안쥬씨를 알아요?"
"오랜만이네요 우스이씨."
"하아... 여기엔 어쩐 일이야?"
"그게 카논에게 끌려와서..."

어느새 안쥬를 끌고가 구석에서 쑥덕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카논은 아버지가 바람을 피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느꼈으나 이 시대에 보기힘든 초 순딩이인 자신의 아버지가 바람을 핀다는건 생각도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도대체 알 수가 없네..."

그렇게 두 사람이 쑥덕거릴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기 무섭게 카논의 할머니이자 우스이 켄타의 어머니인 우스이 후미에가 들어오고있었다. 카논은 쿵쾅쿵쾅거리며 할머니인 후미에에게 달려갔다.

"할머니~"
"어... 엄마?"
"아들아 나 왔..."

후미오는 집에 들어오기 무섭게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할말을 잊었다. 우스이 켄타가 왠 모를 여성과 함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후미오는 자신도 모르게 전 남편인 슈우세이를 오버랩해 버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부엌에 들어가... 식칼을 빼들었다. 갑작스런 후미오의 행동에 켄타는 무척이다 당황하며 외쳤다.

"자... 잠깐! 엄마 뭐하시려는 거에요?!"
"널 죽이고 나도 죽으련다. 세상에 그 착한 며느리를 두고 바람이라니... 내가 무슨 면목으로 며느리를 보겠니..."
"엄마 오해에..."
"아들아... 그럼 저승에서 보자꾸나..."

그렇게 후미오가 칼을 휘두르려던 찰나 안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제가온건 우스이씨랑은 관계없어요."
"응?"

안쥬의 말에 후미오는 휘두르던 식칼을 놓쳤다. 후미오가 놓친 식칼은 그대로 핑글핑글 돌며 켄타의 바로 옆에 있는 벽에 꽂혔다. 창백해진 우스이 켄타, 하지만 그런건 관계 없었다. 어쨌든 후미오는 재빨리 안쥬에게 다가가 물었다.

"정말?"
"네... 카논에게 초대 받아서 온거니까요."
"아아... 그랬구나... 난 또... 그나저나 이름이 뭐니?"
"안쥬... 마아카 안쥬라고 합니다."
"마아카? 우리집 며느리 결혼전 성과 똑같네?"
"그... 그런가요?"
"응, 그러고보니 미묘하게 닮은듯하기도... 왜 일까? 전혀 남일텐데..."
'남이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기껏 행복하게 살고있는 언니의 생활에 영향을 주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밤이 깊었으니 이만 가보도록하죠."

안쥬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은 벌써 9시... 심야라고하기엔 미묘한 시간이었으나 사람에 따라서는 꽤나 늦은시각이었다. 안쥬의 말에 후미오는 "좀더 있다가지..."라고 말했으나 안쥬의 거듭된 사양에 어쩔 수 없이 보내기로 했다.

"안쥬언니 또 놀러와~"

활발한 카논의 말에 안쥬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나섰다. 아니 문을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안쥬가 문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며 카린이 들어왔다.

"미안, 늦었지. 밥은 먹었..."

들어오던 카린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유럽인형같은 외모를 지닌 여인의 모습에 심하게 놀랬다. 갑작스런 모르는 여인의 등장으로 카린은 당황하면서 켄타를 향해 외쳤다.

"여... 여보 우리집에 모... 모르는 여자가?!"
"지... 진정해 카린"
"네, 놀라지 마시고 진정하세요. 언니"

갑작스럽게... 자신도 모르게 '언니'소리를 내뱉은 안쥬는 급하게 자신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그 집에 있던 모두가 들은 후였다.

"안쥬양? 언니라니...?"
"헤에..."
"언니라니... 대체... 나는 널 본적이... 큭-"
"카린!"
"언니!"

갑작스럽게 머리를 부여잡으며 쓰러지는 카린을 보며 켄타와 안쥬는 그대로 카린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흐음... 이제 기억을 되돌려 줘도 될려나?"
-응? 누구?

카린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정확히는 자신이 젊었을 적 얼굴을 지닌채 웃고있는 소녀를 보며 의문을 표했다. 카린의 질문에 소녀는 카린과는 다른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카린에게 말했다.

"나는 또다른 너라고 할까나... 그 잔재랄까나... 뭐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런데 기억이라니?
"네 가족들이 봉인한 기억 말이야. 뭐 실제로는 내가 봉인한거지만... 마커가의 힘은 강하지만 프시케였던 너에게 영향을 줄 수 있진 않아. 그러니까 하는 수 없이 내가 너의 기억을 봉인했지."
-어째서?
"너와 너의 가족들을 위해서랄까? 뭐... 이 봉인도 지금에 와선 의미없는 것일려나?"
-뭐가?
"네가 가족과 재회했으니까. 재회에서 기억상실이란 장애물은 귀찮다고- 그런고로. 봉인시켜둔 기억은 풀어놓을 테니까 알아서 잘 해봐~"

소녀는 악동같은 웃음을 지으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정신차려 카린!"
"언니!"
"엄마!"

카린이 깨어나자 남편인 켄타와 딸인 카논 그리고 동생인 안쥬의 모습이 보였다. 카린은 흐릿한 기억을 떠올리며 다 큰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쥬..? 여기는 어떻게?"
"언니! 기억이...?"
"응... 돌아왔다고 해야하나..."
"언니!!"
"그래... 그래..."

카린은 안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못본 동생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 다음날

"카린!"
"기억이 돌아왔다고?!"
"어떻게 된거야?!"

밤이 되기 무섭게 카린의 가족들이 카린의 집을 습격했다. 우연히랄까? 어제부터 집에 체류중이던 후미오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카린의 가족들을 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 카린의 가족들이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란 얘기는 어제 기억을 되찾은 카린에게서 들은 얘기기는 했지만 실제로 겪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사돈. 제 이름은 마커 헨리. 카린의 애비되는 사람(?)이올시다. 이쪽은 카렐라. 제 안사람 입니다."
"안녕하세요. 사돈의 아들에게는 신세 많이 졌었답니다."
"에... 예"

뭐가 뭔지 알 수없는 후미오였지만 일단은 사돈이므로 반갑게 맞이했다.

"헤에, 이 사람들(?)이 엄마의 가족들이구나."

어느새 돌아온 카논은 외할아버지인 헨리, 카렐라를 보며 신기해 하고 있었다. 뭐 생각보다 훨씬 젊어보이니까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말이다.

"카린!"
"우왓?!"

카논은 갑작스럽게 뒤에서 자신을 강하게 끌어안는 것을 느끼고는 깜짝 놀라며 당황했다. 깜짝 놀란 카논이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자신이나 자신의 엄마와 꼭 닮은 외모를 지닌 묘령(?)의 여성이 서 있었다. 카논은 다시한번 깜짝 놀라며 외쳤다.

"누... 누구세요?!"
"어라? 카린이 아닌가? 그럼 네가 카린의 딸이겠구나~"

카논을 잡고 부비부비 거리는 묘령의 여성... 그 정체는 바로 카린의 할머니인 엘더였다. 엘더는 카린과 꼭 닮은 카논을 보기 무섭게 무척이나 거칠게 증손녀와 놀고(?)있었다. 후미오는 그런 엘더를 보며 헨리에게 물었다.

"저... 쪽은?"
"제 어머니 입니다."

즉 자기보다 어른인 것이었다. 생긴건 완전 어렸을적 카린인데...

'카린... 제발 빨리 돌아와줘...'

후미오는 오늘따라 며느리가 일찍 와주기를 바랬다. 진심으로...

by 히무라 | 2009/05/30 17:04 | SS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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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악몽의현 at 2009/05/30 18:24
이거 전에 본 기억이....
Commented by 히무라 at 2009/05/30 19:32
다른곳에 올려둔걸 보셨군요...
Commented by 49호 at 2015/01/01 07:31
이렇게 되는 결말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걸 진 엔딩으로 해줘요! 카게사키 유나(<카린 증혈기> 원작자) 작가님! 그 꿈도 희망도 없는 것보다 이게 더 좋아아! 으아앙!
Commented by 히무라 at 2015/01/15 13:59
그 작가님 작품중 몇안되는 밝은 작품이 카린이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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