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체이서(가제) - 01

500년 후


"흐음... 사막 통역로를 활보중인 테라노돈의 처리라..."

딱 보기에도 18이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앳된 얼굴, 소년인지 소녀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중성적인 외모, 유일하게 여성임을 알려주는 살짝 봉긋하게 튀어나와있는 가슴. 이마에 매여진 푸른반디나. 얼핏 보기에도 유약해보이는이 소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모니터에 떠 있는 이번 '의뢰'를 보면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아는 꼬마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 그것을 맛있게 먹으며 의뢰를 보고있던 소녀는 손에 묻은 소스를 할짝이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얼마나 오차가 나려나..."
-어쩔 수 없지. 야생의 야수들은 변수가 많으니까 말이야.

소녀의 중얼거림에 천장에서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천장에 박혀있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푸념에 가까운 목소리로 그 카메라를 향해 투정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티거, 매번 받는 정보마다. 오차가 너무 크다고! 지난번에도 자이언트 스파이더가 3마리라고 해놓고서는 15마리나 상대했잖아!"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 실제로도 본래 거기 있었던 것은 3마리 뿐이었고 말이야. 나머지 12마리는 그날 온 녀석들이었다고. 게다가 추가수당도 받았잖아.
"하지만! 헌터일을 하면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 말에 티거라 불린 존재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헌터일을 하면서 정보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헌터길드에서 잘못 건네준 정보때문에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에 처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때마다 의뢰비를 배로 받긴 했지만 그래도 그 때의 위협감이 어디 가버리는 건 아니었다.

"후우... 정말 고되다니까... 헌터일은..."

소녀는 자신의 푸념을 늘어 놓으면서 옆에 있는 자신의 애검을 뽑아 손질하기 시작했다. 톱날같은 칼날을 지니고 있어서 왠지 살벌함을 자아내는 이 칼은 옛날에 한 대장장이가 만든 칼로서 사람을 죽이는데 특화된. 그야말로 흉기로서의 면이 최고로 강조된 검이었다. 물론 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생물을 베는데에도(벤다기 보다는 썬다지만) 무척이나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검이었다. 벨때 살마저 '뜯어'내는 흉악한 칼 답게 이 검은 그 어떤 생물의 껍질도 가볍게 벨 수 있는 무시무시한 검이었다. 참고로 이 검의 이름은 시시마루(獅子丸). 얼마전 부러진 칼을 대신해서 전당포에서 싸게 구입한 녀석이었다.

-이봐, 목적지에 도착했어.
"어, 알았어-"

티거의 말에 소녀는 손질하던 칼을 칼집에 집어넣고 밖으로 나섰다. 보통사람은 견디기 힘든 열기가 가득한 사막이었지만 소녀는 그 차림에서 두건달린 망토만을 걸친채 밖으로 나섰다. 밖에 나서기 무섭게 저 멀리서 먼지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그 먼지구름 뒤에서는 3개의 거대한 그림자가 보이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소녀는 전차를 향해 말했다.

"티거, 저 먼지구름을 향해 한방"
-알았어

기계적인 대답과 함께 소녀가 서있는 전차의 포신이 움직였다. 각도조정을 하는듯 이래저래 움직이던 포신이 멈추자 소녀는 힘껏 손을 들어올리며 힘차게 외쳤다.

"발사!!!"
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포신에서 폭발이 일었다. 음속을 넘는 속도로 사출된 포탄은 곡선을 그리며 먼지구름 앞에 떨어졌다. 먼지구름 앞에 떨어진 포탄은 요란한 폭발을 일으키며 먼지 구름을 걷어냈다. 걷혀진 먼지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폭발에 의해 상처입은 세마리의 테라노돈 이었다.

"자, 그럼 가 볼까!"

허리춤에 매여진 칼집에서 시시마루를 뽑아든 소녀는 전력을 달리며 상처에 대한 고통에 몸부림 치고있는 테라노돈을 향해 뛰어올랐다.

"타핫!!"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뛰어오른 소녀는 톱날검 시시마루를 가장 선두에 있던 테라노돈의 머리를 향해 쑤셔박았다. 무척이나 가볍게 테라노돈의 머리에 박혀들어간 소녀의 검, 소녀는 쑤셔박기 무섭게 다리에 힘을 주며 힘껏 시시마루을 뽑았다.

크아아왕!!!!

괴성을 지르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테라노돈. 소녀는 재빨리 뽑아든 검을 고쳐쥐고 다시한번 뛰어오르며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리고 공중에 떠있는 동안 재빨리 회전하며 테라노돈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렸다.

퉁-

톱날검 때문인지 무척이나 거친단면으로 잘려진 테라노돈의 머리가 모래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상당한 크기의 거체가 모래위로 쓰러져갔다. 테라노돈의 거체가 쓰러지자 다시금 엄청난 모래먼지가 일었다.

"일단 한녀석!"

한 녀석을 베어낸 소녀는 칼을 휘둘러 칼날에 엉킨 피와 살을 모래위에 흩뿌리며 다시한번 뛰어올랐다. 뛰어오른 소녀는 다시 다른 테라노돈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휘둘러진 칼은 무척이나 가볍게 테라노돈의 눈을 베며 입까지 갈라버렸다.

끼에에엑!!

또다시 울려퍼지는 괴성, 땅에 착지한 소녀는 재빨리 재차 뛰어오르며 허리에서 검집을 풀어 재쳤다. 그리고 풀어낸 검집을 힘껏 피가흐르고 있는 테라노돈의 눈에 쑤셔박았다. 그리고 쑤셔박기 무섭게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위력의 폭발이 일어나 테라노돈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칼집 끝부분에 내장된 특수 액체폭약의 위력이였다. 특수한 방법으로 조합된 이 액체 폭약은 칼집끝에 내장되어있어 특수한 방법으로 칼집을 상대에게 찌르면 다른 칸에 있는 혼합물과 섞이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게 되어있었다.

"후우, 둘!"

폭발로 인해 테라노돈의 피를 뒤집어 쓴 소녀는 시야를 가리는 피를 망토로 닦아내면서 주위를 살폈다. 마지막남은 테라노돈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소녀는 발밑에서 엄청난 진동이 느껴지는 것을 확인했다. 아마도 아까 폭발로 상처입은 테라노돈이 난동을 부리고 있는듯 싶었다.

"귀찮게 됐군."

난동, 정확히는 몸부림치는 테라노돈은 여러의미로 꺼려지는 존재였다. 상처에 고통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뒤에 입은 상처에대한 고통에 내성이 있고 또 힘도 어느정도 강화된다. 여러의미로 상처입기 전보다 상대하기 귀찮은 존재였다.

"별 수 없지..."

소녀는 뒤쪽에 넣어둔 소형 수류탄을 몇개 집어들며 달려나갔다. 소녀는 보통 수류탄 같은 물건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나 저런경우 검만으로는 꽤나 위험 할 수도 있었기에 수류탄을 꺼내들었다. 소녀는 수류탄을 힘껏 테라노돈을 향해 집어던지고는 그대로 폭발을 일으키기 무섭게 폭발을 넘어서 테라노돈을 베었다.

그에에에에엑-

갑자기 작렬한 고통 때문일까? 테라노돈은 괴기한 비명소리와 함께 옆에 있던 모래언덕쪽으로 쓰러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테라노돈이 쓰러진 모래언덕이 무너졌다. 정확히는 모래언덕의 '일부'가 무너졌다. 이에 소녀는 의아함을 느꼈다. 우기 직후라면 또 모를까? 모래언덕의 일부가 무너졌는데도 내려앉지 않다니... 보통은 일부가 내려앉으면 위에 있던 모래들이 무너지면서 전체적으로 무너지거나 낮아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일까?
그 의문은 몇십초가 지나기도 전에 풀렸다. 테라노돈이 쓰러진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도 자연적인 동굴이 아닌 인공적인... 아마도 아주 옛날에 만들어진 건물 같은 곳인듯 했다. 소녀는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던 고글을 꺼내 썼다. 그리고는 티거와 링크시키며 티거에게 물었다.

"티거, 저거 뭘로 보여?"
-글쎄... 일단 가까이가서 정밀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군데군데 드러난 벽의 모습으로 봐선 대충 옛날에 지어진 연구소나 중요시설 같군.
"연구소인가... 쓸만한 골동품이 있을려나?"
-이봐, 관두는게 어때? 만약 연구소라면 위험물질같은게 많아서 위험하다고.
"그래도 이번달은 꽤나 아슬아슬하단 말이야. 네 탄약 값이 너무 나와서 말야."

소녀의 투덜거림에 티거는 어쩔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안 그랬으면 우리 둘 다 사막에 묻혀졌을 테니까.
"그건 그렇지만으면서도 말이지... 어쨌든 돈 될만한거 있는가 살펴보고 올께~"
-이, 이봐!

소녀는 티거의 말을 무시하고 천천히 모래언덕에 생겨난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구멍안으로 들어가니 안에는 모래와 먼지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게다가 무언가 썩었는지 기묘한 악취마저 감돌고 있었다.

"으윽... 냄새..."
-뭐라고 했어. 그냥 나오라니까.
"시끄러워, 일단 좀 둘러보고"

소녀는 티거의 말에 투덜거리면서 앞으로 향했다. 연구소로 보이는 이 건물은 오랜 세월동안 방치된 탓인지 전자기기가 대부분 망가져 있었다. 전력의 흐름과 몇개 남아 있지 않은 살아있는 컴퓨터에서 얻어낸 정보를 조합해 봤을 때 아직까지 전력장치가 살아있는 곳은 정체불명의 거대 구역 뿐이었다.

"뭔가 중요한 게 있는걸까?"
-글쎄, 벌써 몇백년은 된것 같은데도 아직 전기계통이 살아있다는 것은 아마 그곳에 중요한 것이 있다는 얘기가 될 수 도 있겠지.
"좋아! 그럼 거기로 가볼까!"
-이봐!

소녀는 티거의 말을 무시하고 재빨리 전력이 살아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걸음을 옮기던 소녀는 문득 통로 건너편에서 냉기가 흘러나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망토를 제외하고는 런닝같은 옷만 입고 있던 소녀는 추위에 망토를 겹겹으로 감아 몸 감쌌다.

"으... 뭐야? 이 냉기는? 춥잖아!!"

갑자기 느껴지는 추위에 소녀는 짜증을 냈으나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도 없었기에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동안 더 걷던 소녀는 드디어 컴퓨터에서 확인한 그 공간에 도착했다.

"썰렁하네..."

소녀의 소감 그대로 그 공간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그곳에 비치 되어 있는건 수백... 아니 수천개에 달하는 캡슐... 그나마도 불이 들어와 있는 것들은 고작 수개에 달해 있을 뿐이었다. 소녀는 가장 가까이있는 불이 꺼져있는 캡슐에 다가가 살펴보았다. 캡슐 안에는 뭔가 사람모양으로 조각된듯한 돌덩어리가 놓여져 있었다.

"취미도 안좋군..."

소녀는 주위에 있는 꺼져있는 다른 캡슐들을 살폈지만 아까 본것과 같은 사람 모양의 돌조각이 놓여져있을 뿐이였다. 실망한 소녀는 그냥 갈까 했으나 켜져있는 캡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난 탓에 좀더 둘러보기로했다.

"어디... 가장 가까이 있는 캡슐이..."

소녀는 가장 가까이 있는 캡슐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간 주위를 둘러보며 걷던 소녀는 금새 불이 들어와있는 캡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캡슐을 본 소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세상에... 이거 냉동수면캡슐이었어?"

소녀의 놀람은 당연한 것이었다. 여태까지 보아온 수많은 캡슐들에는 사람형태의 돌조각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곤히 잠들어 있으나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소녀는 캡슐을 살폈다. 캡슐의 옆에있는 모니터에서는 캡슐 안에 있는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심장박동등을 포함한 여러 신체상태가 체크되어 뜨고 있었다.

"이거 깨워야하나...?"

소녀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만약 여기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뒀다간 약해진 건물이 무너져 묻혀버릴 것이 분명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곧장 그러기도 힘든 것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무엇때문에 잠들어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흐음... 어쩌지?"

한동안 고민하던 소녀는 이래저래 티격태격하면서도 의지하고있는 티거에 연락을 취했다.

"어쩌는게 좋을까?"
-일단 한명정도 깨워서 물어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렇지? 깨울 수 있겠어?"
-글쎄... 일단 애초부터 내부랑 네트워크가 단절된 구조인데다가 회선이 대부분 죽어서... 중간단말이 없으면 힘들겠는데?
"그럼 이걸 쓰지."

소녀는 품속에서 디바이스를 꺼낸 후 옆쪽에서 전선을 몇개 꺼낸 후 캡슐에 연결시켰다. 그러자 상태를 표시하고 있던 모니터에 변동이 일어났다. 캡슐안에 사람의 상태를 표시하는 모니터에 이상한 기계어가 침범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티거가 소녀의 디바이스를 통해서 캡슐을 해킹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몇십초가 흘렀을까? 해킹이 끝났는지 냉동수면해제 절차등이 뜨면서 캡슐안에 잠들어 있는 소년을 깨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응?"

소년이 깨어나길 기다리던 소녀는 문득 미세한 진동이 울리고 있음을 느꼈다. 지진 같은 것이 아닌 뭔가 다른... 굳이 비유하자면 거대한 생물이 몸통박치기를 하고 있는듯한 느낌의 진동이었다.

"설마..."

문득 소녀는 아까 베다가 만 테라노돈을 떠올렸다. 그때 죽은 줄 알고 마무리를 안했었던 것을 떠올린 것이었다.

"진짜... 귀찮게 됐네..."

몇백년이나 된 이 건물이 테라노돈의 부딪힘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아니 그 전에 이 소년에 대한 해동이...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 모두의 해동이 끝나기전에 버틸 수 있을까?

"이봐, 티거. 다른 사람들까지 동시에 깨우는게 가능하겠어?"
-무리다. 일단 회선도 대부분 죽어버린터라 내 능력을 100% 발휘하기 힘들고 또 100% 발휘할 수 있다 쳐도 냉동수면에서 깨우는 공정에 걸리는 시간이 있는터라 깨어나자마자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죽을 가능성이 농후해.
"그럼 네가 포탄으로 테라노돈을 요격하는건?"
-그거야 말로 무리다. 아무리 폭발이 없는 탄을 쓴다고 하더라도 탄에 실린 운동에너지 때문에 거기가 완전 무너져 버릴 거라고.
"아-!! 진짜!!!!"
-그나마 가장 가능성있는 방법은 곧 깨어날 소년만 데리고 탈출하는 가장 가능성있어.

티거의 말에 소녀는 왠지모를 짜증을 느꼈다. 캡슐 안에 있던게 사람이란걸 몰랐으면 모르되 사람이란 걸 안 이상 이런 죽을 상황에서 구하지 못하면 여러의미로 껄끄러웠던 탓이었다.

"진짜 방법이 없는거야?"
-그래. 솔직히 가장 가능성 있는건 지금당장이라도 네가 거기서 나오는 거라고.

티거에 말에 소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죽음이 코앞에 있다고 무방한 헌터일을 하고 있다지만 막상 사람의 죽음을 대하면 껄끄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소녀는 결심한듯 티거를 향해 말했다.

"그럼 곧 깨어날 소년이라도 데려갈께 그것마저도 안하면 영 찜찜할테니 말이야."
-기다리지

소녀의 말에 티거는 짧게 대답한 후 통신을 끊었다. 일단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소녀는 티거와의 통신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기다리기 시작했다. 십몇초의 시간이 더 흐르자 캡슐이 열리며 새하얀 냉기가 뿜어져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처음봤을때와는 달리 혈색이 만연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건지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하기사 이런데 있었던 것을 보면 몇백년씩이나 냉동수면을 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할 지인데 금방 정신을 차린다면 그것대로 이상한 일이었다. 소년을 들쳐멘 소녀는 재빨리 들어왔던 통로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

어느새 천장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붕괴가 예상보다 일찍 진행되고 있는 듯 했다. 소녀는 "젠장!"이란 소리를 내뱉으며 더욱 빠르게 달렸다. 어느새 건물 밖으로 나온 소녀는 모래언덕에 몸을 부딪히고 있는 테라노돈을 볼 수 있었다. 테라노돈을 본 소녀는 짜증에 가득한 목소리로 테라노돈을 향해 중얼거렸다.

"아깐 미처 보내주지 못했었지? 지금 확실히 보내줄테니까..."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애검인 시시마루가 들려있었다. 언제 뽑은 것일까? 만약 사람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의문을 가졌을 것이나 묻지는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소녀의 표정이 무척이나 살벌한 탓이었다.

"죽엇!"

소녀의 외침과 함께 모래언덕이 무너져 내렸다. 소녀는 달리면서 꺼낸 칼에 특수한 조작을 거친 후 칼집에 마찰 시켰다. 그러자 놀랍게도 소녀의 칼에서 불길이 일었다. 소녀는 불길이 이는 검을 힘껏 테라노돈에게 휘둘렀다.

푸가가각-

아까와는 다르게 베는 것이 아닌 써는듯한... 아니 살을 뜯어내는듯한 거친 소리가 울려퍼졌다. 흥분한 소녀가 거칠게 칼을 휘두른 탓이었다.

기에에엑!!!

살이 뜯겨져나간 테라노돈은 고통에 기성을 질렀다. 그리고 엄청난 적대감을 드러내며 소녀에게로 돌진했다. 소녀는 도리어 기다렸다는 듯이 천천히 발걸음을 도움닫기를 하며 뛰어올랐다. 그리고 몸을 비틀며 회전해 테라노돈의 돌진을 가볍게 피함과 동시에 칼을 휘둘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몸놀림과는 달리 그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촤아아아아아-

살이 왕창 뜯겨나간 테라노돈의 목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져나왔다. 소녀는 될 수 있는 한 피를 맞지 않을 려고 했으나 뿜어져 나온 양이 워낙에 엄청난지라 어쩔 수 없이 진득한 피를 맞아줘야만 했다. 소녀는 불쾌한 표정으로 묻은 피를 망토에 닦아내며 투덜거렸다.

"으, 기분나빠."
-처리 완료했어?

티거의 물음에 소녀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찐득찐득해서 불쾌하니 샤워준비좀 해줘. 그리고 아까 쓰러뜨린 녀석한테는 포탄도 한방 쏴주고"
-완전히 침묵했는데 포탄이 필요해?
"짜증나니까. 그리고 또 살아나서 난동을 부리면 귀찮잖아."
-그건 그렇군. 그럼 정조준해서 한방 날리지.
"부탁해."

소녀는 말을 마치고 아까 소년을 눕혀둔 곳으로 향했다. 소년의 몸을 살피던 소녀는 소년의 몸에서 냉기가 모두 빠졌음을 확인했다. 아마도 얼마 있지 않아 깨어나리라. 소녀는 테라노돈의 피로 물든 찝찝한 망토를 벗어던지고 소년을 업은채 티거로 향했다.

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티거의 포신에서 불꽃이 일었다. 티거의 포신에서 사출된 음속을 넘는 포탄은 그대로 테라노돈에 도달해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아마도 얼마전에 구입한 특수작약이 담긴 포탄을 시험차 쏴본 것이리라. 포탄의 위력은 상당해서 이래저래 너덜하던 테라노돈의 거체가 엄청난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재가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폭발의 여파인지 무너졌던 모래언덕은 아예 가라앉아 버렸다. 아마도 그 연구소가 폭발의 여파로 완전히 무너져 버린 탓인듯 했다.

"휴우~ 상당한 위력이네."

소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열심히 티거로 다가가 올라탔다.

-소년의 상태는 어때?
"그럭저럭 괜찮은편. 네쪽은 건진게 있어?"
-그다지, 특수한 질병에 대한 것과 몇가지 연구 기록을 얻긴 했지만 말이야.

티거의 말에 소녀는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뭐, 그정도면 충분인가?"
-하기사 여기서 뭘 더 바란다는 것도 조금 우스운 일이겠지.
"자, 그럼 빨리 돌아가자구. 빨리 돌아가서 이번 의뢰비를 받은 후 푹 쉬자~"
-OK

소녀의 외침에 소녀와 소년을 실은 전차는 천천히 모래위에 바퀴자국을 남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by 히무라 | 2009/05/26 16:53 | after war Chronicle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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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악몽의현 at 2009/05/26 20:49
오오, 재미있네요. 인격 있는 전차와 헌터 소녀라....
Commented by 히무라 at 2009/05/26 20:57
감사합니다. 뭐... 아직 프롤로그 정도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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